‘SNS 인생샷 스타’ 핑크뮬리…제주도서 싹 갈아 엎는다

      2020.10.17 20:51   수정 : 2020.10.17 22: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최근 몇 년 새 메밀꽃·억새·코스모스와 함께 ‘제주 가을꽃 여행’의 대표 주자로 대접받던 ‘핑크뮬리(Pink Muhly)’에 퇴출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제주에서 "봄 하면 샛노란 유채꽃, 가을 하면 분홍빛 파도로 일렁이는 핑크뮬리"는 옛말이 될 처지다.

17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두 지자체가 도내에 심은 2313㎡(700평) 규모의 핑크뮬리 밭을 모두 제거 또는 다른 종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 중 제주시 용담2동 도령마루에 심은 핑크뮬리 330.5㎡는 지난 13일 제거를 완료했다. 이어 아라동주민센터에서 심은 991.7㎡ 규모의 핑크뮬리도 다른 식종으로 교체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서귀포시도 안덕면사무소가 식재한 991.7㎡ 규모의 핑크뮬리를 다른 식종으로 교체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두 지자체 모두 국립생태원의 평가가 나오기 전에 심은 것들이다.


핑크뮬리는 9~11월쯤 짙은 분홍빛의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고 한다. 국내에는 2014년 제주도내 모 생태공원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심으면서 처음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까지 밀려들어 넘실대는 핑크빛’이라며 사진 촬영 명소로 큰 인기를 끌면서 지자체와 공공·민간기관에서 핑크뮬리를 조성하면서 전국 각지로 확산됐다.

국립샡애원에 따르면, 핑크뮬리는 전국 37개 시민공원과 개인 농장 등에서 최소 10만422㎡ 규모로 식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축구 경기장 14개 규모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만9,869㎡로 가장 많았고 제주(1만4600㎡)·전북(1만3120㎡)·부산(1만2583㎡)·경북(1만1449㎡) 순이다.

핑크뮬리는 한데 심어두면 작은 꽃들이 자연스러운 물결을 이루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조경용으로 많이 쓰인다. 원산지는 미국이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12월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지정하고 전국 지자체에 식재 자재를 권고했다. 위해식물 2등급은 당장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성은 보통이지만, 향후 영향을 지속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국립생태원은 아직 핑크뮬리가 토착 식물과의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없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심은 핑크뮬리는 이번에 모두 제거된다.


제주시 관계자는 다만 “민간이나 사설 관광지에서 심은 핑크뮬리까지 강제로 제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환경부 지침에 따라 다른 식물로 심어줄 것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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