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무역분쟁에 포위된 中, 내수중심 경제로 ‘유턴’

      2020.10.18 17:54   수정 : 2020.10.18 20:59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한국은 안보의 경우 미국에 의지 하지만, 경제는 중국을 최대 상대국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정치·경제의 변화는 한국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둔감한 대응으로 자칫 변화를 읽지 못할 경우 파생되는 영향은 기업과 일반인에게까지 그대로 미치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의 5년계획을 미리알 수 있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5중전회)가 오는 26~29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올해는 2021~2025년 적용될 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 제정 방안과 국내총생산(GDP) 목표치,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목표 설정이 핵심이다.
또 시 주석이 자신의 권한을 어느 수준으로 확대시킬지도 관심사다.

42년 종지부, 개혁·개방 2기 시작


중국이 올해 내세우고 있는 경제론은 이른바 '쌍순환 전략'으로 설명된다. 내수활성화 등 국내 순환이라는 기초 위에 무역·수출 등 국내외순환을 조화시켜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이론이다.

세계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데다 미중 탈동조화(디커플링)까지 겹쳐 무역과 거래가 상당부분 막혀 있는 만큼 중국 경제의 특징인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뒤 해외로 확대하자는 논리다.

쌍순환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올해 5월에 제시됐다. 시 주석은 그달 14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중국의 세계 최대 규모 시장과 내수 잠재력 장점을 살려 국내·국제 쌍순환이 서로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구상을 처음 밝혔다. 이후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은 당위성과 발전 확대 가능성을 앞 다퉈 설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5중전회에서 중국 경제의 일대 변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개혁·개방 시초부터 올해까지 1기라면 앞으로는 2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 개혁·개방은 통상 1978년 말 11기3중전회를 통해 시작된 것으로 본다. 덩샤오핑이 이 때 개혁·개방의 노선을 채택한 뒤 장쩌민이 1993년 14기3중전회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했다. 후진타오는 2003년 16기3중전회로 사유재산권을 인정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42~43년이 지난 지금까지 '외부'의 힘으로 발전한 1기였다면 앞으론 '국내'에 중심을 둔 2기가 될 것"면서 "그래서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출→내수→제조→내수


향후 중국 경제를 관측하려면 과거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개혁·개방 노선 확정 이후 1단계로 가공 수출품 위주로 경제를 이끌었다. 이후 2단계에선 내수로 돌아섰고 그 중심을 부동산이 차지했다. 당시는 경제의 외형이 커졌지만 부채도 쌓여갔다. 중국은 3단계에서 더 이상 부동산에 의존한 내수활성화를 추진하지 않았다. 대신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전략으로 갔다. 중국은 이런 전략을 통해 고도의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부터 미국과 무역 분쟁이 불거졌고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까지 터지면서 더 이상 제조업만으론 경제 발전을 이끌기에는 어려운 시점까지 왔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1·4분기 6.4%에서 2.4분기 6.2%, 3·4분기 6.0%, 4·4분기 6.0%를 각각 기록했다. 6.0%는 중국 정부가 분기별 경제 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래 최저치다.

코로나19가 발발한 뒤인 올해 1·4분기는 -6.8%라는 나락까지 추락했다. 2·4분기에 3.2%로 'V자 반등'에 성공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무리였다. 이즈음 등장한 것이 내수 중심의 '쌍순환론'이다. 쉽게 말해 수출→내수(부동산)→제조→내수로 변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소식통은 "올해는 내수 중심의 쌍순환이 핵심이고 발표 내용 중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며 "결정은 내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하겠지만 윤곽은 잡힐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4차산업·반도체·핵심부품 등 자립


14차 5개년 계획(14.5규획)은 경제 지표 개수가 4~5개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차5개년(13.5규획)에선 없던 항목이 더 생긴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이 같은 새 지표를 향후 5년 중국 경제의 방향을 잡는 포인트로 볼 수 있다.

중국은 10차5개년 때 GDP, 자원 등 15개의 지표를 내세웠으나 13.5규획에 와선 33개로 확대했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새로운 항목도 늘려 나갔다.

올해는 경제발전, 혁신, 민생, 자연·환경 등에서 새 항목이 추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경제발전은 GDP성장 방안, 4차 산업 비중 확대, 도시화율 확장 등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GDP는 연도별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고 5년 치를 묶은 숫자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이코노미스트들은 14.5규획 경제성장률 목표를 5.5%로 예상했다. 2026~2035년은 4.5%다. 13.5규획에선 연평균 6.5%를 제시했다.

혁신분야는 GDP 대비 연구개발(R&D) 비율 확대, 반도체 자립, 바이오테크, 소프트웨어, 핵심부품 등을 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의 경우 미중 갈등의 핵심 요인 중 하나며 현재도 '굴기'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자체 생산은 거의 없다. 항공엔진, 로봇 핵심부품,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 분야 역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미국이 화웨이 제재의 무기로 삼았던 반도체 공급 차단 등 사례를 고려할 때 중간재와 설비 자급률을 높여 해외 공급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국산 대체가 가능한 산업 시스템도 만들 것으로 해석된다. 공급망 자체를 장악하겠다는 취지다.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은 GDP 대비 R&D 비율이 알려진 것과 달리, 한국보다 낮다"면서 "신기술 발전을 정부가 직접 챙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생의 경우 GDP를 밑도는 개인가처분소득 증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소득이 낮으면 쓸 돈이 없기 때문에 소비활력도 기대할 수 없다. 중국 경제는 생산, 수출, 투자 등에서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회복은 더디다. 지난해 소비가 중국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57.8%, GDP 중 비중은 55.4%였다. 자연·환경분야는 지속가능 차원에서 산림 보호와 비화석에너지 등이 강조될 수 있다.

중국 소식통은 "개별적 혜택 조치를 다량으로 꺼내놓기 보단 중장기적으로 내수를 탄탄히 고정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며 "작년 연말 중앙경제공작회의를 보면 키워드가 안정성이 줄고 성장, 개혁, 개방, 발전, 취업 등이 늘었다"고 전했다.

중산층·가처분소득·문화


가계 소비 확대와 민영기업의 신형 인프라 투자 유인 정책도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부동산, 자동차, 교육, 의료, 레저 등에서 중산층 소비 창출 목적의 소득제도 개혁이 추진될 수 있다. 중국 내수에서 상당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중산층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중산층 인구가 2018년 4억3600만명(31.3%)에서 2035년 8억명(54.6%)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화 발전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22일 교육·문화·건강·스포츠 분야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4가지 중요사항'으로 새로운 시대의 문화 건설 창조를 강조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5위 일체(경제·정치·문화·사회·생태 문명 일체의 시진핑 통치 사상)에서 문화가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14.5규획에서 사회주의 문화 강국 건설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쌍순환의 나머지 부분인 국내외 순환 차원에선 △외자 진입 규제 완화 △금융·의료 등 서비스업 개방 확대 △방역 협력을 계기로 한 동아시아·동남아시아와 교역 강화 △한중일 경제교류 확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