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주상절리 경관 사유화 논란…부영호텔 못 짓는다
2020.10.19 18:20
수정 : 2020.10.19 18:20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경관 사유화 논란을 빚은 부영주택이 상고심에서도 제주도에 패소했다. 지난 4년간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제주도가 모두 승소하면서 부영 측은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도는 대법원이 부영그룹 측이 도를 상대로 제기한 건축허가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과 환경보전방안조치(이행) 계획 재보완 요청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모두 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 사업계획 '원점'…수정 불가피
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2006년 12월 중문관광단지 개발사업 시행사인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사업부지를 매입한 후, 10년 가까이 지난 2016년 2월 서귀포시 대포동 주상절리(柱狀節理) 해안 29만3897㎡에 총사업비 9179억원을 투입해 총 객실 1380실 규모의 호텔 4개 동을 짓겠다며 도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해당 사업은 주상절리대 해안과 불과 100~150m 떨어진 곳에 건축 고도가 35m(지하 4~5층, 지상 8~9층)의 호텔 4개 동(1380실)을 짓겠다고 계획해 해안경관 훼손과 경관 사유화 논란을 샀다.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한 충분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더욱이 2016년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호텔 건축물 높이 계획을 ‘5층(20m) 이하’에서 ‘9층(35m) 이하’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도는 부영주택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2017년 12월 건축 허가 신청을 최종 반려했다. 도는 앞서 같은 해 10월 건축물 높이 조정과 주상절리대 경관 보호를 들어 환경보전방안과 환경 보전방안 조치 이행계획서에 대해 재보완을 요청했다.
하지만 부영주택은 같은 해 12월 도를 상대로 환경 보전 방안 조치(이행) 계획 재보완 요청 취소와 건축 허가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도는 호텔 높이를 낮추고 해안과의 이격 거리를 조정하는 방안 마련을 재차 요구했지만, 부영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소송에 나섰다가 끝내 패소했다.
법원은 “제주도가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할 만큼 정당하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법 규정 취지는 주민들이 환경 침해를 받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개별적 이익까지도 보호하려는 데 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쟁점이 됐던 개발사업 시행승인 이후인 1998년 대포주상절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됨에 따라 다시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약 19년이 경과해 기존 계획에서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영주택은 이에 따라 주상절리 앞 호텔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면 환경영향보전방안 이행계획을 보완해야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의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려는 시도에 대해 제주도는 국내외 자본을 가리지 않고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며 “이번 소송 지역을 비롯해 장기간 정체하고 있는 도내 대규모 개발사업 전반을 점검한 후 제주의 미래를 위한 도정 운영방안을 다시 한 번 명확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