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수돗물 행정 '헛말'…제주도, 깔따구 유충 3종 확인
2020.10.26 19:59
수정 : 2020.10.26 20:05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 서귀포시지역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류'인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강정정수장 계통의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과 다른 '타마긴털깔따구'와 '깃깔따구속', '아기깔따구속' 등 3종으로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국립생물자원관의 유충 유전자(DNA)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가운데 ‘타마긴털깔따구’ 유충은 잔잔한 물 등에 서식하며 봄과 가을에 우화(유충에서 성충으로 되어가는 과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몸은 전반적으로 검은빛을 띄며, 성충의 몸길이는 수컷 2.53~2.82㎜, 암컷 2.05㎜ 수준이다.
‘갓깔따구속’과 ‘아기깔따구속’ 유충은 국내 미기록 종으로 조사됐다.
‘깃깔따구속’ 유충은 일반적으로 흐르는 물에서 서식하며, ‘아기깔따구속’ 유충은 거의 모든 수생환경에서 발견되지만 일부 식물에 굴을 파고 들어가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강정정수장 운영 중단…수돗물 공급체계 개편 추진
현공언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은 "현미경 사진을 통한 1차 형태 분석에서는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됐으나, 정밀한 분석을 위해 2차 유전자 분석을 하게 됐다"며 "유충의 생태적 특징이 확인된 만큼 역학조사반을 운영해 원인 규명과 유충 유입 방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도는 27일부터 수돗물 유출 발생 원인 규명 등을 위한 민·관 합동 역학조사반을 본격 운영한다.
민·관 합동 역학조사반은 동물학·생태독성학·상하수도·수처리·곤충학 등을 연구한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도는 깔따구 유충이 무더기로 발견된 강정정수장 운영을 잠시 중단하는 대신, 인근 급수지역(정수장)에서 수돗물을 끌어와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강정정수장에는 서귀포시 9개 지역 2만4000가구(6만1000여명)에 하루 2만2000톤의 물을 공급해왔다. 강정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지역은 서귀포시 송산동·정방동·중앙동·천지동· 동홍동·대륜동·대천동·중문동·효돈동이다.
도는 강정정수장 대체 급수지역으로 동부·서부급수지역과 어승생 저수지의 여유 급수 가능량이 충분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도의 기존 조사에서 동부·서부급수지역과 어승생 저수지에는 유충 등 이물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충 의심 신고가 처음 접수된 19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시 동지역 수돗물에서는 총 78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현장 점검 결과 이 중 57건은 유충이 확인됐고 15건은 발견되지 않았다. 6건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인천시를 비롯해 수도권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자, 도내 17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특별 점검에 나선 가운데, 제주에는 깔따구 유충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당시 원희룡 지사도 “공기와 물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조건”이라며 “제주지역 수돗물을 삼다수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주도는 지하수를 주된 원수로 사용하고, 어승생 정수장과 같이 모래와 자갈로 철저히 여과하고 있기 때문에 유충이 발생할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3개월도 안돼 제주지역에서도 깔따구 유충이 확인되면서 상수도 행정에 대한 신뢰도 깨지고 말았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