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적립형 주택, 실패한 아이디어 아닌가
2020.10.28 18:00
수정 : 2020.11.02 15:55기사원문
결론부터 말하면 또 하나의 김칫국이 될 공산이 크다. 지분적립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디어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치권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입주자에게 건물만 분양하고 땅은 임대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당장 부담해야 할 분양가를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 그래서 반값 아파트란 별칭이 붙었다. 하지만 토지임대부 주택은 2007년 시범사업에서 실패한 뒤 흐지부지 끝났다.
이명박정부는 정권 초에 분납형 임대아파트를 선보였다. 처음 분양가 30%를 내고 입주한 다음 4년 뒤 20%, 8년 뒤 20%를 더 내고 10년 뒤 잔금 30%를 치르는 구조였다. 설계도를 보면 잔금 완납 시기만 다를 뿐 지분적립형은 분납형과 가깝다. 그러나 분납형 역시 얼마 못가 자취를 감췄다. 토지임대부이든 분납형이든 비인기 임대주택이면서 온전히 내집도 아니라는 인식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짊어져야 할 재정 부담도 만만찮았다.
최근 지분적립형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울시다. 지난 8월 서울시는 2028년까지 지분적립형 1만7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진행했고, 홍 부총리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그 결과물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가 소규모로 지분적립형 주택을 분양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직접 이 사업에 뛰어드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미 비슷한 프로젝트에서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분적립형 주택 정책은 정공법이 아니다. 약 30년 전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가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놓은 이래 정치권에선 유사 상품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더 좋은 곳에 더 좋은 집을 더 많이 짓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취해야 할 정공법이다. 지분적립형처럼 효과도 불투명한 실험에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