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亂' 전야?… '추미애식 검찰개혁'에 검사들 부글부글

      2020.11.01 18:00   수정 : 2020.11.01 20:54기사원문
일선 검사들 내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 검사들의 개별행동에 그치고 있으나 검사들의 집단행동인 '검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 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추 장관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한 후 사퇴하면서 추 장관이 사실상 주도하는 수사의 공정성과 직권남용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 추 장관을 비판한 글에 지난 10월 29∼30일 달린 실명 댓글은 모두 230여건에 달한다.

추 장관의 검찰개혁과 수사지휘권·감찰권 발동을 공개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추 장관이 "개혁만이 답"이라며 저격한 직후 이틀 동안 벌어진 일이다.

전날 추 장관은 이른바 '좌표 찍기'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이어지자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선 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이 일일이 항의하는 검사들에 대한 좌표를 찍고 비판하는 데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는 품위 없는 행동"이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재경지검 한 검사는 "법무장관이 한마디도 지지 않고 할 일 없이 SNS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추 장관의 정치적 행보는 공정성을 담보로 일하는 검사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주고 있다"고 했다.


검란 조짐은 라임 수사를 진두지휘한 박 지검장 사퇴에서 감지됐다. 박 전 지검장은 추 장관이 임명한 인사다. 지난달 22일 사의 표명을 한 박 전 지검장은 "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고,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 수사지휘는 그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 스스로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면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도 비판했다.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 이후 검찰 내부 동요는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금융 사기로 불리는 라임 사건을 '윤석열 죽이기' '검찰 개혁' 등의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는 내부 화합과 소통 없이 이뤄지는 '묻지마식' 개혁은 반발심만 불러일으킨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개혁이라는 게 우두머리만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내부의 호응이 동반 됐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현재 일부 일선 검사들은 추 장관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의 투서를 법무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과거 검사들이 상부에 집단 반발한 가장 대표적 사례는 검찰총장 퇴진으로 이어졌던 2012년 검란이다. 한상대 당시 총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에게 최재경 당시 중앙수사부장이 문자로 언론취재 대응 방안을 조언했다는 이유로 공개 감찰을 지시했다.

이에 최 부장이 불복했고 검사장들과 차장검사들이 한 총장에게 용퇴를 권하며 역공을 가했다. 당시 집단 반발의 표면적 이유는 최 부장에 대한 감찰이었지만 내재적 원인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은 특수수사의 총본산인 중수부 폐지 방침을 굳혔는데 특수부 수장인 최 부장이 반대하자, 한 총장이 검찰 지시를 내리면서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중수부 폐지에 반발해온 전국 일선 검사들은 수석검사회의와 평검사회의를 잇달아 열고 총장 퇴진을 요구했다.


결국 한 총장은 검찰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사퇴했으며, 중수부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듬해 4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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