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선동열 감독 그림이 된다

      2020.11.09 11:28   수정 : 2020.11.09 14: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SK가 ‘어린 왕자’ 김원형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혔다. 이제 관심은 LG와 한화, 키움 세 구단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 프로야구 감독의 트렌드는 ‘무명’과 ‘깜짝 발탁’이었다.

넥센(키움)이 2012년 염경엽 감독을 전격 이용하면서 두 개 키워드는 점차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각 구단은 코치 경험조차 없는 감독을 선임할 만큼 대범해졌다. 그 때마다 “응, 누구지?”라며 놀랄 때가 많았다. 올 겨울엔 트렌드가 바뀌는 듯하다. 유행이 돌고 돌 듯 ‘무명’보다는 ‘관록’ ‘무경험’보다는 ‘구관이 명관’ 쪽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그런 와중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역전의 명장들이 있다. 김경문 감독과 선동열 감독이다. 김경문 감독은 KBO리그 통산 897승을 올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금자탑도 쌓아 올렸다.

선동열 감독은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통산 584승을 기록했다. 이들이 갖는 무게감은 현역 여타 감독들과 판이하게 다르다. 무엇보다 이 둘은 현장 장악력이 뛰어나다. LG나 한화(키움은 약간 다르지만)처럼 조각난 분위기를 추스르고 뚜렷한 목표 지향적 팀을 만들기에 적합한 자질이다.

LG는 1994년 이후 26년 째 우승 가뭄을 겪고 있다. 그동안 류중일 감독 등 10명의 사령탑이 팀을 이끌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LG는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첫 번째 우승은 백인천 감독, 두 번째는 이광환 감독에 의해서다. 두 감독의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백인천 감독은 일본식 병영 스타일로 팀을 이끌었다. 타자들의 스윙을 하나하나 자신의 스타일로 뜯어 고쳤다. 느슨하던 팀에 바짝 군기가 잡혔다.

낙오하거나 대열에서 이탈하는 병사는 과감하게 버렸다. 이광환 감독은 정반대였다. 이른바 ‘자율야구’로 긴장된 선수들의 어깨를 풀어주었다. 그 결과 위축됐던 선수들이 기를 폈다. 그런 분위기 아래 김재현, 유지현, 서용빈을 비롯한 신인 삼인방이 펄펄 날 수 있었다.

지금의 LG는 다시 백인천식 다잡기 카리스마가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덕장보다는 용장이나 지장, 혹은 혼합형이 필요한 분위기다. 그런 점에서 김경문, 선동열 두 감독은 LG호에 어울리는 선장들이다.

한화는 지난 11년간 완전히 망가졌다. 5할 넘는 승률이 딱 한 차례 뿐(2018년 0.535)이었다. 11년간 승률이 638승 16무 873패로 0.424에 그쳤다. 꼴찌에 그친 적도 다섯 차례나 된다.

한화는 김응룡(2013-2014년) 김성근 감독(2015-2017년 5월)으로 반전을 노렸으나 너무 올드했다. 양 김 감독의 나이가 올드한 게 아니라 스타일이 젊은 선수들과 맞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룡 감독은 역대 팀 최저 승률(0.360)을 남기고 물러났다.

일본프로야구의 전설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은 1993시즌 두 번째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을 맡았다.
그 해 일본 프로야구는 4월 10일 개막됐다. 첫 날 일본의 스포츠지 ‘호치’의 1면 제목은 “역시 그림이 된다”였다.
나가시마 감독의 현장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다. 김경문, 선동열 두 스타 감독이 내년 시즌 야구장에 복귀를 하면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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