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공공기관마저"…이직률 급등 '악소리'
2020.11.10 16:08
수정 : 2020.11.10 16: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최근 지방의 한 공기업에서 수도권 공기업으로 이직한 직장인 A씨(28)는 현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매우 만족한다. 가족들도 없는 타지에서 한 달에 2번도 쉬기 힘들었던 전 직장과는 달리 주말 휴식과 수도권에서의 삶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A씨는 "전 직장은 순환근무라 전국 지역을 몇년 주기로 돌아야 한다는 점이 주거안정과 결혼 등에 걸림돌로 느껴졌다"며 "비슷한 이유로 지방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친구들 중엔 NCS를 다시 준비하는 친구들이 벌써 2명이나 있다"고 말했다.
#2. 한 공기업에 근무하는 관리자급 B씨는 신입직원들의 잦은 이직 때문에 고민이 많다. 특히 어느정도 일에 적응해서 능숙하게 할 때인 2~3년차에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인사관리에 생각이 더 많아진 것이다. B씨는 "체감상 3년차까지 신입 직원들 중 이직률이 20%는 되는 것 같다"며 "임금이나 복지 등이 더 나은 다른 공공기관으로 옮기는게 요즘 트렌드"라고 말했다.
흔히 신의직장이라고 불렸던 공공기관들마저 신입직원들의 잦은 퇴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 나은 복지와 수도권, 서울에서의 근무를 위해 다른 공공기관으로의 '중고신입' 행을 선택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으로 재입사하는 이들로 인해 공공기관 신입들의 평균연령도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퇴근 후 NCS 준비는 기본"
공공기관 중고신입들이 신입으로 이직한 이유는 사기업에서 나타나는 양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복지와 임금이 더 나은 기관을 선호하는 이유에서다.
신입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작은 기관에 취업했다가 2년 정도 경력을 쌓은 뒤 더 좋은 기관 신입으로 다시 도전해 취업해도 손해볼 것은 없다. 임금이 높아지니 연봉 보전도 되는데다 기존 직장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어 다른 기관 신입으로 들어가도 동기들보다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면에서다. 기관들도 이런 중고신입 직원들을 받는게 싫지 않은 눈치다. 경력 수준으로 역량을 갖춰서 바로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공공기관은 시스템이 대부분 비슷하다 보니 중고신입에 대한 메리트가 확실히 있는것 같다"며 "퇴근하고 NCS, 전공공부를 하는 동기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준비도 어렵지 않다. 회사별로 한국사나 토익, 한국어 시험 등 공공기관을 준비할 때 필요한 자격증이나 NCS와 전공필기 등 시험방식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보니 준비했던 것을 토대로 몇번 더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김모씨(30)는 "이직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어차피 공공기관은 대부분 신규채용이다보니 오히려 연차가 쌓이면 더 못나가게 돼 이직을 할거면 주임일때 하는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전했다.
공공기관 이전 시작되면…2차 러쉬 우려
그러나 지방에 기반을 둔 공공기관들은 이같은 신입 러쉬 현상으로 고민이 많다. 지방 공기업 인재들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이직 현상은 이전부터 있었던 현상이지만 이를 붙잡을 뚜렷한 유인이 아직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본격화될 경우 이같은 2차 러쉬는 또 벌어질 수 있어 우려하는 분위기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지방 공공기관 관계자는 "순환근무거나 일부 지방에만 지사가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타지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이직하는 직원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을 다니다 퇴직한 인원을 조사한 결과 60%가 입사 5년차 미만이라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국감에서는 "각 기관은 핵심인력의 퇴직 원인에 대해 조직문화, 제도 등 다각적 관점에서 진단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재정정보원, 한국조폐공사, 국제원산지정보원 등 기재부 산하 5개 공공기관의 최근 5년 간(2015~2019년 6월 말) 직원의 근속연수별 퇴직(이직) 현황은 전체 퇴직 인원은 177명으로, 이 중 61.6%(109명)가 입사 5년 차 미만이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