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노동기본권 아닌 노조특권 강화법"
2020.11.24 11:00
수정 : 2020.11.24 1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 입법 시 노사간 힘의 불균형이 더 심화돼 기업 경쟁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가뜩이나 노조 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만들어 국가 경제 전반을 쇠퇴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24일 '노사관계발전자문위원회'를 열고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엔 박지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 박인상 전 노사발전재단 이사장,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 남성일 서강대 명예교수, 김태기 단국대 교수, 류재우 국민대 교수, 김동만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김동원 고려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박 원장은 'ILO 핵심 협약 비준 및 노조법 개정안의 쟁점' 발제를 통해 "ILO는 규정상 허용된 감시절차를 통해 우리 입법, 사법, 행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므로 앞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쟁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예상 가능한 쟁점들을 잘 정리하고 그에 대해 정부의 입장과 노사의 입장을 명확히 해 ILO의 일방적 판단에 좌우되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별 노조 임원 자격 문제와 관련, “임원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정한 정부안은 국제기준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고,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관련해선 “정부 개정안은 풀타임면제자에게만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적용하고 파트타임면제자에 대해서는 적용을 제외함으로써 파트타임면제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사실상 노사의 자율에 맡기려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부안이 파트타임면제자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노사갈등을 야기시키고 실질적인 근로시간면제시간 확대로 귀결될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와 궤를 같이하는 지적이다.
대체근로 금지와 관련해 “장기분쟁으로 경영에 타격을 주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들이 시장 위험 확대에 대처할 수 있도록 현행 대체근로 전면금지 규정을 합리적 범위에서 변경ㆍ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과 관련해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자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자에 대한 일방적인 형벌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부당노동행위제도와 관련해 형사처벌 조항을 축소 내지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남성일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노동환경은 갈수록 노동조합으로 힘의 우위가 기울어져 있고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대변기구를 넘어 정치권력집단으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지배하고 있다”며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만들고 기업활동은 더욱 위축시켜 일자리 감소는 물론 나라경제를 전반적으로 쇠퇴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ILO 협약비준과 관련해 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권리를 인정한다면 특정한 기업노조가 아닌 비기업 노조(또는 초기업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방안, 노사관계의 대등성 회복을 위해 사용자의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노동조합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고자와 실직자들은 이미 해고된 상태라 해고될 위험이 없고, 기업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므로 이들이 노조에 가입해 과격한 조합활동을 한다면 노사관계가 파탄으로 향하고, 산업평화를 크게 해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기업별 노조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산별노조가 주류를 이루는 구미(歐美)의 법제도를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은 무리이며, 사업장 내 파업 금지, 대체인력 투입 허용 등의 상응 조치 없이 노조 권한만 강화시키는 개정안은 기업경영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고용절벽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노사관계의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를 아예 사라져버리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노사관계 제도는 해당 국가의 역사, 문화, 법체계, 노사 간 힘의 구조 등을 토대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ILO 핵심협약의 과다 해석이나 도식적인 적용으로 수십 년간의 세월을 거쳐 형성된 현재의 노사간 힘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만약 그런 가능성이 있다면 힘의 균형을 복원할 대응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기본권 강화가 아닌 노조특권 강화법으로 판단된다"며 "헌법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일반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취지가 있고 국제노동기구의 협약 또한 마찬가지인데 개정안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노동조합은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 노조의 이러한 특권은 노사관계 불안은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절 등 노동시장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지금보다 노동시장이중구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