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시아 가수 최초 '그래미' 뚫었다

      2020.11.25 17:43   수정 : 2020.11.25 18:27기사원문
"미국 여정의 마지막은 그래미"라고 밝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망이 절반은 이뤄졌다. BTS가 '음악계의 오스카상'으로 통하는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수상 후보에 오르며 한국 대중 음악사를 다시 썼다.

25일(한국시간) 발표된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지난 8월 21일 발매한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른바 그래미 4대 본상(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은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장르 상이다.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의 '언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과 경합한다.


BTS는 앞서 빌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상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는 4년 연속 상을 받았고, 팬 투표로 시상하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도 3년 연속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음반산업 종사자 협회인 레코딩아카데미 회원들이 '음악성'을 중심으로 선정하는 그래미에선 2019년 BTS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을 디자인한 회사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후보에 오른 게 전부다. 이때 BTS는 처음으로 그래미 시상자로 나섰고, 올초 제62회 시상식에서는 래퍼 릴 나스 엑스와 합동공연을 펼친 바 있다. BTS는 후보 발표 직후 공식 SNS에 "무엇보다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라는 기적을 만들어준 건 아미(BTS 팬클럽) 여러분이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또한 소속사를 통해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라며 "후보에 오르니 수상 욕심도 생긴다"고 전했다.

그래미는 힙합 등 흑인음악에 인색해 '그래미쏘화이트'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4년엔 힙합 프로덕션팀 맥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가 흑인 가수 캔드릭 라마를 제치고 최우수 신인상과 랩 부문 3관왕을 차지했는데, 당시 맥클모어는 SNS에 "라마가 이 상을 받길 원했다"고 써 눈길을 모았다. 2017년엔 아델이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흑인가수 비욘세를 제치고 주요상을 휩쓸었다. 그래미는 변화의 조짐을 보이다 지난해엔 흑인 래퍼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올해의 레코드' 등 4관왕을 안겼다. 올해는 비욘세가 미국 노예해방 기념일에 맞춰 발매한 '블랙 퍼레이드'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등을 포함해 9개 부문에 지명되는 기염을 토했다.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하는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그래미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가장 보수적이며, 지금껏 비서구권의 노래가 주목할 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만약 BTS가 수상한다면 문화적,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가온차트의 김진우 수석연구위원도 "BTS는 팬덤형 아이돌에서 출발해 대중성을 얻은 데 이어 팝의 고장에서 정통성까지 인정받는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고 평했다.
또 김 위원은 "앞서 미국 언론이 한국 아이돌 그룹을 '팩토리 아이돌'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 BTS의 그래미 후보 지명으로 '팩토리 아이돌'이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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