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내면 사라지는 5만원권···환수율 25%로 역대 최저
2020.11.30 09:06
수정 : 2020.11.30 15: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5만원권을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실제 5만원권의 환수율이 올해 25%를 간신히 넘으며 2009년 발행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우리나라를 덮친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현금 확보 심리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5만원권 환수율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10월중 5만원권 환수율은 25.4%로 나타났다. 발행된 21조9000억원 가운데 5조6000억원만 환수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4%포인트 미끄러진 규모다.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된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5000원권 환수율이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 늘고, 1000원권의 경우 1.3%포인트 하락한 데에 그친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환수율 하락은 시중에 발행된 화폐가 그만큼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5만원권 환수율 급감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5만원권 쌓아두려는 수요 증가가 지목된다. 대면 상거래 부진으로 화폐 유통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5만원권 환수가 더뎌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 등으로 현금보유 성향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안전자산 선호, 저금리 등으로 예비용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금융 불안기에도 고액권을 중심으로 환수율이 하락했고, 현재 주요국에서 고액권 환수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3차 대유행’을 맞으며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당분간 환수율 저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까지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5만원권 수요에 맞춰 발주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 환수율의 단기 하락세는 지하경제 유입 등의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코로나19에 따른 화폐유통경로상 부정적 충격,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에 의한 예비용 수요 확대 등의 영향이다”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