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2.0: 새 이더리움을 움직이는 커뮤니티의 힘

      2020.12.02 14:14   수정 : 2020.12.02 14: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제 표준시간 기준 12월 1일 오후 12시 00분 23초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이더리움 2.0(ETH 2.0)이라 흔히 불려왔던 ‘비콘체인(Beacon Chain)’이 가동을 시작했다.

이번 체인은 공식적으로 '이더리움2 페이즈 0'라고 명명되었으며, 당분간 기존의 이더리움(이더리움 1.0)과 새로운 체인이 공존하게 된다. 이더리움2는 앞으로 페이즈1, 페이즈2로 점차 발전해갈 예정이며, 페이즈2에 도달하면 기존의 이더리움1과 병합된다.

이더리움2는 합의 알고리즘을 PoW에서 PoS로 전환하며, 기존의 이더리움이 가지고 있던 느린 속도와 높은 수수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더리움2 페이즈0 런칭의 분수령은 런칭 예정 일주일 전인 11월 24일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날까지 1만 6348명 이상의 검증자와 총 52만 4288이더의 스테이킹 양을 확보해야만 했다. 하지만 11월 20일까지도 목표량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10만 ETH밖에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반(反)이더리움 진영에서는 즉각적으로 이더리움의 종말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조롱에 가까운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힘을 모으기 시작하며 반전이 일어났다. 마감을 며칠 앞두고 ETH 스테이킹이 급속도로 증가하며 결국 목표한 양을 훌쩍 넘는 이더리움이 모일 수 있었고, 이 글을 쓰는 11월 30일 현재 기준으로 약 84만개에 달하는 이더가 스테이킹되었다.

이에 대한 반향으로 최근 이더리움의 가격도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더리움2를 위한 이더 스테이킹은 재전송이 불가능한 형태로 잠기는 비가역적 행위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에 유동성을 가진 이더리움의 갯수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최근의 가격 상승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기대감을 가지고 이더리움 투자에 무작정 진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더리움2 페이즈 0’라는 단계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새로운 이더리움 체인은 아직도 많은 것들이 부족한 상태이다. 실제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인 댑(dApp)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이나, 사용자들이 원했던 높은 처리속도와 낮은 수수료 등은 페이즈2에 이르러서야 구현될 예정이다. 페이즈0 이후의 일정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블록체인의 힘은 본질적으로 커뮤니티로부터 발현된다. 이번 이더리움2 런칭을 위한 스테이킹 과정에서 특히 고무적인 부분은, 일련의 과정이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은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많은 개인 참여자들이 힘을 모아주었다는데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이더리움 체인의 노드 개수도 함께 증가하게 되었고, 이 중 많은 부분을 기존의 서비스 사업자가 아닌 개인 노드가 차지했다는 것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아마존 웹서비스와 같은 대형 클라우드나 호스팅 서비스에 장애가 생겨도 이더리움 전체 노드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지는 형태로 노드가 적절하게 분산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운영 주체인 ‘이더리움 파운데이션’과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거버넌스에 대한 영향력 발휘를 최대한 억제하고, 커뮤니티의 방향성과 합의에 의한 탈중앙화된 형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이다. 디파이는 연일 예치자산 총액(TVL; Total Value Locked) 을 갱신하며 약 15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이더리움 체인으로 유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당연한 듯이 이더리움 위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더리움 생태계가 더 밀도 높게 성장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게임과 각종 디지털 수집물로 인해 그 영향력이 점점 넓어지는 추세에 있다. 디지털 수집물을 위한 이더리움의 프로토콜 ERC-721은 이미 천억 원이 넘는 자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이 이러한 디지털 자산의 존재를 거리낌 없이 이더리움에 저장하는 이유 또한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가진 저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더리움은 어려운 시기가 찾아올때마다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내며, 여전히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이더리움 2.0 페이즈 0 런칭에서도 보여줬듯이 커뮤니티가 이더리움을 지지한다면, 앞으로 어떤 기술적인 난관이 발생하더라도 결국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박진우 해시드 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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