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 멸종위기 황새… 보호구역 지정하면 돌아올까

      2020.12.08 11:01   수정 : 2020.12.08 11: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완주·익산=김도우 기자】 황새는 195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던 텃새였다. 하지만 이젠 개체수가 급격히 줄면서 겨울철 천수만, 해남, 순천만, 낙동강 하구 등지에서 월동하는 소수만 관찰할 수 있는 겨울 철새다.

전 세계에 약 2,500마리만 남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분류 위기종(EN)이다.



한국에선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분류된다.

이 귀한 새가 전북 전주∼완주∼익산 경계에 흐르는 만경강 중류에서 관찰됐다.


8일 오전 익산천이 만경강으로 흘러드는 두물머리 모래톱 근처에서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황새와 노란 눈테와 목선이 귀여운 흰목물떼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황새 3마리가 분주하게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가 하면 물가에서 잠드는 모습도 확인했다.

만경강 황새는 다리에 밴딩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최근 확인되는 국내 복원 황새가 아니라 월동지를 찾은 야생 황새로 보인다.



대략 익산천 합수부를 중심으로 위 아래를 오가며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봐 이곳을 월동지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흰목 물떼새, 알비노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보호종들을 같을 장소에서 발견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는 “만경강 하천환경정비 사업으로 수변 경작지가 물억새로 가득한 생태공간으로 조성되면서 사람의 접근이 차단되었다”며 “(지난 여름) 긴 장마와 폭우로 인해 모래톱이 늘어나고 자갈과 모랫등 같은 작은 섬이 만들어지면서 황새의 안정적인 서식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2,500여 마리에 불과하고 우리나라를 월동지로 찾는 개체도 50~60여 마리에 불과한 황새가 이 일대를 월동 서식지로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만경강의 생태계가 건강하고 주변 환경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경강 유역은 지난 1월 확인된 천연기념물 제206호 ‘느시’와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참매, 큰고니 등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만경강을 비롯해 전주천과 삼천 일대에서 사는 흰목물떼새의 서식 안정성도 높아졌다.

전주천과 삼천은 보를 철거하고 하천의 자연성이 회복하면서 흰목물떼새의 개체수가 늘었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무분별한 하천정비 사업으로 흰목물떼새 서식지가 크게 줄어드는 다른 지역과 달리 만경강은 자연성 회복을 통한 생태복원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주말이면 수변 모래톱까지 낚시객들이 몰려들어(12월6일, 20여명) 황새는 물론 겨울철새들이 머무르기 어려운 상태이다.

수변 억새밭의 방화, 모터 글라이더 비행, 군부대 헬기 운항도 서식지 위협요인이다.



또한 만경강 국가하천 공간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추진 중인 ‘만경강 하천공간 지구 지정안’의 보전공간(특별, 일반, 완충) 중 특별보전지구 계획이 없고 하천 둔치 수변에 ‘근린친수지구’ 계획이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개발 강도가 큰 ‘친수거점지구’로 지정해서 대규모 체육시설 개발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서식지 훼손 우려가 크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멸종위기종이 확인된 구간의 자연환경 보호구역 지정을 요구했다.

이정현 전북 환경운동연합 선임 활동가는 “이곳을 생물다양성 증진과 경관 보전을 위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인 자연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생태관광과 연계 가능성이 높은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도 즉각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칠선 전북대 생태조경학 박사는 “전북지방환경청은 황새, 흰목물떼새, 큰 기러기, 노알부리저어새 등 멸종 위기종 서식 실태, 위협 요인 집중 모니터링과 함께 장단기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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