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TPP 가입 손짓에 日설욕전 나서나

      2020.12.09 16:06   수정 : 2020.12.09 16:16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가입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일본의 '설욕전'이 본격화되는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메가 자유무역협정(FTA)계의 '미운오리 새끼'인 CPTPP 가입 검토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가입 검토 입장을 밝혔다. 미국 바이든 진영 역시 가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불과 수 년 전 미국의 배신, 한국·중국의 외면 속에 '반쪽짜리'로 출발한 CPTPP가 출범 2년 만에 화려한 도약을 앞두고 있다.



9일 일본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통상질서를 주도하고, 아시아 무역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CPTPP가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중국의 움직임이 미국과 한국까지 자극하는 연쇄적인 가입 '도미노 현상'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전날 문 대통령이 CPTPP가입 의향을 내비친 데 대해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높은 (가입)레벨을 충족할 준비가 돼 있는지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CPTPP 가입 검토 의사를 밝힌 중국에 대해서는 더욱 냉랭하다. 한 마디로 "의도가 뭐냐"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일색이다.
RCEP에 이어 TPP를 지렛대 삼아 아시아 무역 이권을 채우기 위한 것이란 분석부터 미국을 대신해 통상질서를 주도해나가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쏟아지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은 시진핑 주석의 CPTPP가입 검토 발언이 나간 다음날인 지난 달 21일 중국에 대해 "높은 수준의 시장 접근이나 규칙을 충족할 준비가 돼 있는지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반응했다. 시주석 발언 이후,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했지만, 중·일 간에 TPP가입을 둘러싼 내밀한 대화는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최대 경제일간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중국은 TPP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정권교체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에서 가입 추진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TPP가입 장벽으로 불리는 국영기업 정책이나 산업정책, 지적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규칙 등에 있어 중국이 개선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을 지렛대 삼아 일본이 대미 CPTPP가입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즈호증권의 고바야시 슌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닛케이에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CPTPP 모두 들어가게 되면 아태지역의 정치·경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미국에서 나올 것이고, 일본은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미국의 CPTPP참여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CPTPP의 출발점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다. TPP는 2015년 10월 협상 타결 후 국내 비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탈퇴로 고비를 맞이했다.
이후 일본 등 11개국 중심의 CPTPP로 명칭을 바꾸어 2018년 12월 30일 출범했다. 내년 의장국은 CPTPP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일본이다.
회원국으로는 일본,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등 총 11개국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