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美中 분쟁 ‘혼돈의 한 해’… 민간 우주여행 시대 희망도 봤다
2020.12.27 16:54
수정 : 2020.12.27 17:50기사원문
물론 최초로 민간 우주여행이 시작되고 중동의 해묵은 갈등이 녹아내리는 등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창궐과 더불어 급격한 기후변화같은 범지구적인 재난이 겹치면서 가슴이 답답한 한해였다.
■코로나19와 맞선 전세계
파이낸셜뉴스가 선정한 2020년 세계 경제·사회 뉴스 1위는 코로나19 팬데믹 탈출을 위해 각국이 쏟아낸 천문학적인 금액의 경기부양책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주요국 정부가 제시한 팬데믹 경기부양책 규모는 최소 12조달러(약 1경3234조원)에 이른다.
코로나 피해가 가장 심각한 미국은 국민에게 직접 현찰을 쥐어주는 재난지원금을 비롯해 5차례에 걸쳐 3조6000억달러(약 3989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꺼내들었다. 이는 미 정부의 평균 1년치 예산과 비슷한 액수다. 미국만큼이나 심각한 피해를 입은 유럽연합(EU) 역시 7500억유로(약 986조원)의 경제회복기금을 마련했다.
2위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경쟁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172개의 백신 후보물질이 개발 중이며 이 중 61개가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과 10월에 세계 최초로 자체 제작한 백신을 승인했으나 3차 임상을 건너뛰었다. 임상을 전부 마친 백신 가운데 최초로 승인과 함께 접종에 들어간 백신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이었다. 경쟁사 모더나 역시 이달 화이자 백신에 이어 미국에서 승인을 얻었다.
한국의 경우 중국과 가까운 국가지만 올해 상반기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해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K방역'은 8위에 올랐다. 한국의 K방역은 모범적인 코로나 대응 사례로 칭송받았지만 이달 3차 대유행으로 환자가 급증하자 지난 가을 느슨한 방역 때문에 초기 성과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중갈등·대선불복·브렉시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열강들은 팬데믹 와중에도 패권 다툼을 이어갔다. 1년 내내 공방이 치열했던 미중 갈등은 4위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중국의 책임으로 돌리며 거세기 중국을 몰아붙였고 중국 동영상 SNS 틱톡의 미국 영업을 제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는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IT 대기업 퇴출을 서두르는 동시에 중국의 소수민족 및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을 문제 삼아 연달아 제재를 가했다.
갈등은 미국 안에서도 불거졌다. 미 대선 불복이 5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팬데믹으로 우편투표 비중이 높아지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선거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바이든은 트럼프의 불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4년간 트럼프 정부의 '미국제일주의'를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동맹과 다자주의 무역을 강조하며 국제사회를 이끄는 지도력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극적인 갈등이 막판에 일단락되었다. 내년부터 유럽연합(EU)과 결별하는 영국은 올해 초 EU를 탈퇴(브렉시트)했지만 미래 관계 협상을 놓고 1년 내내 EU와 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추가 합의 없이(No deal·노딜) 무역관계가 끊어지는 위기에 몰렸으나 24일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이로써 국민투표 이후 4년 넘게 표류하던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됐다. 브렉시트 종결이 올해 세계 뉴스 6위에 올랐다.
전세계 지역분쟁은 10위에 올랐다. 오랜 시간 국경분쟁을 벌였던 중국과 인도는 지난 6월 본격적으로 충돌해 인명피해를 냈다. 국경지대에는 45년 만에 다시 총성이 울렸고 인도는 중국과 경제적 협력 관계를 끊은 뒤 미국 등 서방 세계와 접촉을 늘렸다. 또한 전세계 각지역에선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됐다.
다만 올해는 이스라엘의 아랍국들과 국교 정상화로 중동에서 해묵은 갈등이 풀리는 실마리가 발견됐다. 1948년 건국 이후 주변 아랍 국가와 4차례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은 지난 9월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국교 정상화에 성공해, 올해 7위 뉴스를 장식했다. 이스라엘은 이후 수교국을 늘려가며 앙숙으로 지냈던 아랍국들과 차례로 화해에 나섰다.
■기후변화속 우주개발
인류는 중대한 도약에도 불구하고 심각해져가는 기후 변화를 막지 못했다. 기후 변화가 올해 글로벌 뉴스 3위였다. 올해 대서양에서는 역대 최대인 30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했고 한국과 중국, 일본에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유럽은 팬데믹과 함께 폭염에 시달렸고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역대 무더위 순위 3위안에 들어간다고 추정했다.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받는 호주 산불로 코알라 6만여 마리가 타죽었다. 시베리아의 동토층과 극지방의 얼음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서울시 면적 5배에 해당하는 아마존 밀림이 사라졌다. 이에 미국의 바이든은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했으며 EU는 이달 발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중국의 우주개발 성과는 9위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역사상 최초로 민간에서 제작한 우주선에 우주인 2명을 태워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냈다. 머스크는 앞으로 우주 화물선 등 정기적으로 우주를 오가는 노선을 운행하겠다고 밝혔으며 머스크의 성공 덕분에 보잉이나 블루 오리진 등 민간 우주기업들의 사업 전망이 밝아졌다. 중국도 탐사선 창어5호가 구 소련 이후 44년만에 달에서 토양을 가져오는 성과를 내면서 우주시대 개막에 동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