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첫 주식거래, 런던증시서 60억유로 빠져나가

      2021.01.05 03:57   수정 : 2021.01.05 03: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영국 런던시티의 주식시장에서 4일(이하 현지시간) EU에 새로 만들어진 금융허브들과 주요 거래소들로 EU 주식이 대거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전환기가 끝난, 본격적인 브렉시트 이후 첫 거래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금융가인 시티에서 거래됐던 EU 주식 가운데 60억유로(약 7조9800억원) 가까이가 유럽 시장으로 옮겨갔다.



스페인 은행 산탄데르, 독일 도이체방크, 프랑스 석유메이저 토탈 등 EU 기업들의 주식이 EU내 새 금융허브나 마드리드, 프랑크푸르트, 파리 증권거래소 등 각국 수도의 증권거래소로 옳겼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전환기 1년이 적용돼 그동안 종전처럼 자유롭게 EU 주식 거래를 했던 런던 투자자들이 갑작스런 변화를 겪게 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유럽, 터코이스, 아퀴스 거래소 등 유로로 단위가 매겨진 주식들을 거래하던 런던내 거래소들은 이미 지난해 말 EU에 새 거래소 설치를 마무리지은 바 있다.

CBOE 유럽은 EU로 이동한 주식 가운데 90%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래소로 갔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CBOE 유럽에 상장된 EU 기업 주식이 암스테르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아퀴스도 간 밤에 '사실상 모든' 유로 표시 주식 거래가 파리로 옮겨갔다고 밝혔다.

런던증권거래소(LSE) 그룹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터코이스 역시 유로 표시 주식거래 대부분이 암스테르담으로 옮겨갔다고 밝혔다.

이날 런던에서 EU로 옮겨간 주식 규모 60억유로는 이날 하루 유럽 거래소들에서 거래된 전체 주식 거래물량의 6분의1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아퀴스거래소 최고경영자(CEO) 알라스데어 헤인스는 "매우 이례적인 날이었다"면서 "유동성 이동은 가장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빅뱅이 아니다. 빵하고 터진 뒤 사라졌다"면서 "런던시티는 유럽 주식 사업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주식 거래가 런던시티에서 가장 마진 높은 사업분야는 아니지만 주식 거래 부문 이탈은 영국 정부에 막대한 세수입 감소를 의미하게 된다.

헤인스에 따르면 이는 또 더 완만하고, 더 활발한 거래를 노리고 기업들이 EU에 상장하도록 부추기는 작용도 한다.

런던시티는 브렉시트 이전에는 수십년간 런던을 기반으로 한 거래 시스템과 대형 투자은행들의 다국적 주식 거래의 심장 역할을 하며 거래되는 EU 주식 가운데 최대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극적으로 타결된 양측 무역협상에서 EU는 런던에 더 이상 이같은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EU는 유로표시 자산에 대한 감독 강화, EU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경제적활동인 자본조달의 런던시티 의존도 축소 입장을 확실히 했다.

양측은 오는 3월까지 금융부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지만 이는 EU 단일시장에서 움직이던 것 같은 강력한 법적인 약속에 비해 훨씬 느슨한 것이어서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한편 EU 규제당국들은 이날 EU와 영국간 관할이 뚜렷하게 달려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영국에 근거지를 둔 신용평가사 6곳, 파생상품·주식 거래 공식 데이터를 제공하는 4개 업체 등록을 취소했다.


EU 기업과 투자자들은 앞으로는 EU에 근거지를 둔 신용평가사, 거래 정보 제공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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