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日 정부, 위안부 피해자들에 1억씩 배상해야.. 반인도적 행위"
2021.01.08 10:24
수정 : 2021.01.08 10:24기사원문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1억원씩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오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내에서 위안부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첫 판결이다.
이번 선고는 사건 접수 이후 약 5년 만에 나온 것으로, 손해배상 소송에 앞서 배상을 요구하는 조정 신청 사건이 접수된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약 7년 5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가 국제법상 국가는 다른 나라의 재판에서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주권 면제' 원칙을 내세운 것과 관련해 "피고의 행위는 계획적, 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했다"며 "국가 주권 면제가 이 경우까지 적용되지는 않아서 법원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각종 자료,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 사실 등을 종합하면 불법 행위가 인정되고 원고들이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다"며 "피고로부터 국제적 사과를 받지 못하는 등 위자료는 원고가 청구한 1억원 이상이라고 봐야 타당하다"고 원고 측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피고가 직접 주장은 안 하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보면 이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려워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소송은 배 할머니 등이 2013년 8월 일본 정부에 위자료 1억원씩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에 폭력을 사용하거나 속이는 방식으로 위안부로 차출한 것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헤이그 송달 협약 13조'를 근거로 소장 송달을 거부했다. 해당 조약은 송달 요청을 받은 나라가 자국의 주권이나 안보를 침해하리라 판단하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배 할머니 등은 2015년 10월 사건을 일반 민사합의부로 이송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2016년 1월 정식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송달 문제를 `공시 송달' 절차로 해결했다. 공시 송달이란 통상적인 방법으로 송달할 수 없는 경우 송달 사유를 법원 게시장에 게시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재판이 열렸지만 일본 정부는 `주권 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 참여를 거부한 채 원고 측 주장을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특히 이 소송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사건이기도 하다. 검찰은 2018~2019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수사할 당시 2016년 1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위안부 손해배상판결 보고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오는 13일에는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도 열릴 예정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