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손배訴 첫 승소...日 즉각 반발 "항소도 거부"
2021.01.08 12:39
수정 : 2021.01.08 12:45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한·일 양국에 다시 한 번 격랑이 몰아쳤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들이 한국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8일 처음으로 승소했다. 일본 정부는 판결 직후 남관표 주일 대사를 즉각 초치,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씩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운데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 국가는 다른 나라의 재판에서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주권 면제' 원칙을 내세워, "이번 배상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재판 자체에 응하지 않는 차원에서 항소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남관표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항의와 함께 이런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남 대사는 오전 11시 25분께 도쿄 지요다구 소재 외무성 청사에 입장, 약 10분 정도 일본 측 인사를 만났다. 남 대사는 초치 후 기자들에게 "이번 판결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들었다"며 "우리(한국 정부)로서는 이번 판결이 한·일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결될 수 있도록 가능한한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결을 위해선 차분하고 절제된 양국 간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이번 판결은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현재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이번 판결 역시 징용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사법부 재판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는 한 해결이 쉽지 않다.
일본 정부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그간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 국가는 다른 나라의 재판에서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주권 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 참여를 거부한 채 원고 측 주장을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12월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로 양국간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주장도 계속 하고 있다. 이 합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피해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사실상 무효가 된 상태다.
교도통신은 한국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 소송 피고인 일본 정부의 자산 처분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전례 없는 판결을 내렸다며 양국 외교관계가 한층 험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은 이어 이번 판결이 확정돼 원고 측이 일본 정부의 자산 압류에 나서고, 이를 문재인 정부가 방치하면 일본의 보복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