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500m 넓히면..사실상 서울 전체 해당
2021.01.10 14:34
수정 : 2021.01.10 14: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도심 주택 공급 방안 1호인 '역세권 고밀개발'이 사실상 비역세권 고밀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하철역 역간 거리가 평균 1㎞ 안팎으로, 변 장관의 구상대로 역세권 범위를 500m로 확대지정하면 사실상 서울 전체가 역세권에 해당돼서다.
특히 주요 지하철역 인근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중심상업이나 상업용지라는 점에서 갈등 조정이 어렵고 실제 공급까지 시간도 많이 드는 현실적 난제를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10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까지 역간 평균거리는 1㎞ 남짓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1호선 역간 평균거리는 871m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평균 역간거리가 가장 먼 4호선은 1.2㎞ 정도다. 역간 거리가 가장 가까운 6호선 동대문역~동묘앞역은 두 역 사이가 500m 남짓이다. 이창무 한양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세권을 350m에서 500m로 지정하면 사실상 서울 전체가 해당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역세권은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건설 및 운영되는 철도역과 주변지역으로만 돼있다. 역세권 범위는 서울시가 정한 '역세권 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건립관련 운영기준'에 명시돼 있다. 서울시는 역세권을 1·2차 역세권으로 나눠 1차를 250m, 2차를 500m로 규정했다. 지금은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주택 공급을 위해 1차 역세권 범위를 350m로 늘렸다. 변 장관의 구상대로라면 1차 역세권 반경을 500m까지 늘리는 것으로, 사실상 2차 역세권까지 주택을 지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현행으로는 1차 역세권에서는 용도지역 변경이 '준주거지역'까지이며, 용적률은 500%까지 상향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역세권'은 상업용도로 지정돼 상가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건물들이 몰려있는 게 걸림돌이다. 개발에 이르지 못하고 수 십년간 흉물로 남아있는 건물도 많다. 갈등 조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 시장 전문가는 "변창흠호의 목적이 '속도전'에 있는만큼 결국 역 가까운 '역세권'보다는 범위 확대로 역세권의 옷을 입은 '비역세권' 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역세권 재개발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가 2009년 용산4구역 재개발에서 발생한 '용산 참사'다. 이 지역은 2004년 1월부터 시작된 용산 역세권 재개발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2008년 건물 철거가 시작되면서 상가 세입자들과 용역 사이의 대립이 격화됐다.
역세권을 단순 지하철역 기준 반경 수치로만 보지 않고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결대 이범현 교수는 "역세권 개발 목적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계층의 편의성을 확보해 주는 데 있다"면서 "역세권을 천편일률적인 수치로 정의하기보다는 체계적인 공간 구조로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공급 등 용도에 맞춰 환승 역세권을 설정한다든지, 특정 역을 세부적으로 복합 개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