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승소 판결' 김정곤 부장판사..소송지휘권 적극 활용

      2021.01.09 15:28   수정 : 2021.01.09 15: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첫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김정곤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8기)는 재판 과정 내내 소송지휘권을 적극 활용하며 눈길을 끌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2016년 1월 법원에 접수됐지만 일본 정부가 송달을 거부하면서 소가 제기된 지 4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해 4월 첫 재판이 열렸고 이후 4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이유로 재판에 응하지 않았다.
국가면제는 국내법원이 외국국가에 대한 소송에 관해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이다.

재판은 주로 원고 측의 증거제출과 그 주장을 석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일본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의 손해를 증명할 만한 증거를 세세하게 챙겼다.

1차 변론기일에서 김 부장판사는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피해자 측 주장과 관련해 "이탈리아 페리니 사건 판결문 등 원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판례, 문헌, 논문으로 준비서면을 보강해달라"고 요청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자국민에 대한 독일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지난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의 '페리니 사건 판결문' 등은 재판부가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근거가 됐다.

또 나눔의 집에 보관하고 있을 피해자 본인과 주변인들의 진술서, 제3자 증언자료, 여성가족부에 제출된 서류 등 구체적인 증거 내역을 지정하고 미비한 내역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자료 수집 방법과 절차를 일러주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원고 측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이기보다 제출된 서면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 미비점을 보완해가며 일본의 불법행위 입증 및 국가면제 불인정에 대한 법적 논거를 마련했던 것이다.

재판부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한 증거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승소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각종자료, 변론취지를 종합하면 일본정부의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피해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고 위자료는 피해자들이 청구한 1억원 이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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