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인이 막으려면..문제는 법이 아니다?

      2021.01.14 07:35   수정 : 2021.01.22 13: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킨 방송 이후 2일 만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14건 발의됐다. 이중 본회의 통과에 반영된 건 3건뿐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졸속 입법이 현장에 혼란만 줄 뿐 효과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정인이는 현재의 법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었으나, 사망하기까지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제도..왜?

현재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아동보호 전문기관,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경찰이 조사할 수 있다.


각 주체가 적절한 단계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한을 분산한 것이다. 그러나 인력 및 전문성 부족으로 유기적인 협업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24시간 신고 접수, 경찰과 동행해 현장 조사 진행, 응급조치, 전문기관 연계 등 많은 업무를 맡고 있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4일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61명에 불과하다. 자치구당 평균 2.4명인 셈이다. 공무원 순환보직 특성상 오랜 현장 경력을 쌓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이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한 경찰 간부는 "학대예방경찰관 2~3명이 아동학대뿐 아니라 노인, 여성, 장애인까지 책임지다 보니 한 명이 몇백명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사건화할 수 있는 세부조항 필요

또한 경찰관 재량만으로 사건화를 하기엔 세부조항이 부족하단 지적도 있다.

아동학대 사건은 직접 증거를 찾기 힘든 특성이 있다. 피해 아동이 본인의 상황과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고, 가해 부모의 거짓말을 밝히기 쉽지 않은 가정문제기 때문이다.

정황 증거 위주로 혐의점을 판단해야 하는 경찰로서는 적극적으로 사건화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번 개정안에 관련 법안(△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가해 현장 내부(주거지 등)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면제 또는 감경해 주는 법률안(김병욱 의원 등 34인) △아동학대 범죄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아동호보 사건의 조사를 위한 소환 등에 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과태료 상한 등을 담은 법률안(김정재 의원 등 10인)이 반영되기도 했지만 세부적인 조항들이 필요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이 혼자서 임의로 재량권을 발휘해 직접증거 없이 사건화하기란 무지하게 어렵다.
경찰이 사건화를 할 수 있게 근거조항을 주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sun@fnnews.com 양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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