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자살시켜 위암치료한다
2021.01.13 12:05
수정 : 2021.01.13 12: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대사제어연구센터 이상철·이은우 박사팀이 세포가 죽어 없어지는 현상인 '페롭토시스(Ferroptosis)'를 이용해 난치성 위암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공동연구책임자인 연세대 의과대학 허용민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향후 개발될 난치병 치료제는 위암 중에서도 기존 항암제로는 재발을 방지할 수 없는 난치성 위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대사 신약 개발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롭토시스는 세포 내 철분이 많을 때 일어나는 세포사멸, 즉 세포 스스로 죽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진행성 위암 중 중간엽 세포의 특성을 지니는 암은 쉽게 전이가 되거나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지니며 재발한다. 중간엽형 위암 환자들은 5년 생존률이 30% 미만이다.
연구진은 위암 환자의 전사체 정보를 기반으로 위암세포주들을 중간엽형과 상피형으로 분류 했을 때, 중간엽형 위암세포만이 페롭토시스 약물에 의해 죽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중간엽형 위암세포 집단에서 새로운 유전자 'ELOVL5'와 'FADS1'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페롭토시스 진행의 핵심 인지질 형성에 필수적이다. 또한 지질과산화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위암세포를 잘 죽게 만들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중간엽형 암세포들을 분석한 결과 페롭토시스에 중요한 인지질 'PE-AA'와 'PE-AdA'를 많이 함유하고 있었다. 또한, 중간엽형 암세포들은 필수지방산인 리놀렌산으로부터 아라키돈산(AA) 및 아드렌산(AdA)을 합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반면, 상피형 세포들은 전혀 합성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신규 유전자 'ELOVL5'와 'FADS1'의 역할을 밝혀내기 위해 유전자 가위로 이 신규 유전자를 잘라냈다. 그결과 유전자가 결손된 위암세포는 지방산과 지질합성이 저하됐다. 또한 페롭토시스 유도 약물에 저항성을 보였다.
반대로 ELOVL5, FADS1 두 유전자가 적게 나타나는 상피형 위암세포주에 아라키돈산을 유입시킨 결과 페롭토시스 유도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구진은 다중불포화지방산 합성효소인 ELOVL5, FADS1이 지방산 합성을 통해 최종적으로 페롭토시스 반응성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 유전자임을 밝혀냤다.
연세대 이은우 박사는 "페롭토시스라는 새로운 세포사멸기전에서 불포화지방산 합성경로의 중요성을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황금숙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에서 불포화 지방산 합성경로 규명에 활용된 지질체학 및 대사추적 신기술은 앞으로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타겟 발굴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황금숙 박사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허용민 교수팀이 공동으로 진행해 세계적 저널인 미국립과학원 회보 'PNAS'의 2020년 12월 7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