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처럼… 명확한 비전 있어야" 신발끈 고쳐매는 ‘뉴롯데’

      2021.01.14 18:24   수정 : 2021.01.14 18:24기사원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혁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롯데는 지난해 그룹 핵심 축인 유통과 화학에서 부진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화학 등 여타 사업부문의 변화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롯데도 나이키처럼"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올해 첫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새로운 미래 비전 찾아라"라는 화두를 던졌다. '유통공룡'에서 화학, 건설 등 다양한 사업으로 뻗어나가며 화려한 성공을 거뒀지만 그것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냉철한 판단에서다.


신 회장은 "생존과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신 회장의 격려 속에 비교적 온화하게 이어지던 회의가 날 선 긴장감으로 돌변한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단행된 인사로 전면에 선 사장단으로서는 신 회장이 내놓은 '미래를 위한 혁신'의 무게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은 나이키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뉴롯데'의 지향점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나이키는 단지 우수한 제품만이 아니라 운동선수에 대한 존경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면서 다른 회사가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며 "각 회사에 맞는 명확한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롯데'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요구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만의 핵심 가치와 비전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과감한 조정을 단행하라는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ESG 요소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생존 및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라고 짚었다.

롯데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의 매출회복 정도로는 더 이상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냉철한 현실인식"이라며 "각 계열사가 사업시각을 넓혀 성장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사업 전반에 '혁신과 조정'

롯데쇼핑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유통시장의 무게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으로 급속하게 기울면서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대대적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달 기준으로 마트, 백화점 등 폐쇄된 점포는 114개에 이른다. 지난해 초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총 700여개 점포 중 30% 정도인 200여개 점포를 3~5년 내 정리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절반을 채운 셈이다.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구조조정 완료 시점이 대폭 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적 구조조정도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임원만 100명을 줄였고, 지점폐쇄와 함께 직원 2000여명의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구조조정 효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개선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본격적인 실적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롯데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유통과 함께 그룹의 투톱을 차지하는 화학부문 투자는 강화된다. 신 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40%(20조원)를 국내외 화학사업 육성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018년 발표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월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며 기초소재에서 고부가가치 첨단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범용 화학제품에서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첨단소재까지 제품군을 갖춰 화학사업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화학사업 투자는 이어졌다. 지난해 1·4분기 일본의 쇼와덴코 지분 4.69%를 1700억원에 사들이며 신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에 나선 롯데케미칼은 3·4분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배터리 분리막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솔루스첨단소재(옛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또 다른 화학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이 투자했다.

롯데그룹은 화학사업 관련 추가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신 회장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석유화학기업의 M&A를 추진하는 등 석유화학 분야에서 사업확장을 천명한 바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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