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억류사태 성과 못내" 외교부, 이란측과 협의 이어갈 예정
2021.01.14 20:19
수정 : 2021.01.14 20: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실무대표단이 지난 4일 이후 이란에 억류된 한국인 선박과 선원 억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귀국했다. 14일 최 차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해야 할 말은 엄중히 했고, 그들의 좌절감을 정중히 경청하기도 했지만 이번 방문에서 조기 석방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 차관은 "그렇지만 한국과 이란은 그 결과를 위한 커다란 걸음을 함께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면서 "선박과 선원에 대한 이란 정부의 조치가 신속히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이란을 방문해 이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났다. 최 차관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과 한국인 5명 등 선원 20명을 억류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억류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당부했다. 7일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도 실무대표단을 이끌고 이란으로 가 문제해결에 나섰다.
이란 측은 억류의 배경으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에 오염 물질을 방출할 혐의를 들면서 이는 기술적 문제고, 이란 당국도 이와 관련 사법적 개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현재 이란 측은 한국케미호가 해양오염 물질을 방출했다는 객관적 증거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란 현지에 국제법률국 관계자까지 파견했지만 이란 측은 자료 제출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각계 지도층과 면담에서 이란 측의 우리 선원과 선박 억류에 대해 엄중 항의하고 조속한 해제를 요청했다"면서 "이란이 주장하는 기술적 사안에 대해 일말의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 없고, 조속히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 달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 계기 최 차관은 한-이란 간 쟁점으로 떠오른 한국 내 이란자금 동결문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이 자금은 미국이 대이란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면서 동결됐고 동결자금의 약 70억달러(7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란 정부는 동결자금을 돌려달라는 입장을 그동안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 해왔고, 이번 한국 선박과 선원을 억류한 실제 배경은 오염 물질 배출이 아니라 동결자금을 돌려 받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물론 이란 측은 연관성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이번 최 차관의 이란 방문에서 이란 측 인사들들은 한국이 이란의 자금을 부당하게 동결하고 있다고 밝혔고,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원유 수입과 관련해 이란에 빚진 70억 달러를 즉시 동결 해제하지 않으면 이란과 한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동결자금에 대한 이자까지 요구했다.
이란은 동결자금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 장비 구매를 원하고 있고, 미 재무부도 인도주의적 한-이란 간 거래에 긍정적이지만 환전 과정에서 미국이 이를 다시 동결할 수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이란이 동결된 자금을 구급차와 교환하자는 제안을 우리 정부가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으나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비서실장이 새삼 우리가 제안했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란자금 동결 문제와 관련, 한국과 미국 금융시스템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동결된 이란의 원화자금 활용을 극대화를 위해서는 미국과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란 측에 설명했다.
이날 최 차관은 "동결자금은 우리의 의도와 의지에 의해 발생된 사안이 아니고,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는 즈음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미국과 협의를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것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