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남의 소설 통째로 베껴 5개 문학상 수상
2021.01.17 19:50
수정 : 2021.01.18 15:03기사원문
남의 소설을 통째로 베껴 5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뿌리'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쓴 김민정 작가가 지난 1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로한 글에 따르면, 한 남성이 자신이 3년 전 발표한 작품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각종 문학공모전에 응모, 무려 5개의 상을 받았다. 이 남성이 받은 상은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을 비롯해 '2020 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미학' 2021년 신인상 등으로, 주로 지역에 기반을 둔 비교적 작은 규모의 문학상으로 알려졌다.
작품 발표 당시 서울대 국문과 학생이었던 김씨의 단편소설 '뿌리'는 명지대 대학신문인 명대신문사가 전국 대학생 및 휴학생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백마문화상 당선작으로, 이 작품은 지난 2018년 12월9일자 명대신문에 게재됐으며 지금도 온라인으로 읽을 수 있다. 당시 백마문화상 심사를 맡았던 명지대 문예창작과 신수정·편혜영 교수는 "이 시대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힘은 가히 기성작가의 재능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과 그에 걸맞은 깊이 있는 해석까지 갖춘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을 폭로한 김 작가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이번 일로 인해 문장도, 서사도 아닌 소설 전체를 빼앗기게 되었고, 제가 쌓아 올린 삶에서의 느낌과 사유를 모두 통째로 타인에게 빼앗겨 버렸다. 제가 도용당한 것은 활자 조각이 아닌 제 분신과도 같은 글이었기에, 저 스스로를 지키고자 이 글을 쓰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이 단순히 제 피해 회복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며, 창작계 전반에서 표절과 도용에 대한 윤리의식 바로 세우기가 반드시 뒤따르기를 바란다"면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이 일에 맞서고 제 글과 자신을 지키겠다"고 썼다.
한편, 김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베껴 각종 문학상을 받은 해당 남성은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각종 글과 아이디어를 도용해 다른 공모전에도 응모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