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 조재범, 징역 10년6개월..심석희 "유사 사건 절대 나오지 않길"
2021.01.21 20:23
수정 : 2021.01.21 2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에게 법원이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했다.
심 선수 측 변호사는 선고 직후 주요 공소 사실들이 대부분 인정된 점에 대해서는 다행스럽다면서도 선고형량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 "죄책 무겁고 비난 가능성 매우 커"
수원지법 제15형사부(조휴옥 부장판사)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게 "피고의 행위는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조씨는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14년 8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심 선수가 고등학생이던 2015년까지의 혐의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지도한 코치로서 수 년간 피해자를 여러 차례에 걸쳐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질렀고 반항할 수 없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 "범행 부인..용서받기 위한 조치 취하지 않아"
이날 재판은 심 선수가 작성한 훈련일지 기록을 근거로 조씨의 범행 일시와 장소 등에 대한 심 선수의 진술이 증거로 인정되는지가 관건이었다. 조씨 측은 "훈련일지에 허위로 쓴 내용이 많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훈련일지 내용의 신빙성, 고소경위,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종합해 "피해자의 진술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라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건 장소인 피고인의 오피스텔, 한체대 빙상장 지도자 락커, 대회 기간 중 피고인이 숙박한 호텔 등에 있던 가구 배치와 이불의 색깔 등에 대해서까지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훈련일지에 대해서도 "일부 빠진 부분이 있지만 피해자가 훈련일지를 충실하게 작성했다"며 "복원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문자메시지 내용도 통상적인 스승과 제자 사이로 보기 어렵다고 볼만한 자료가 남아 있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점을 양형의 이유로 꼽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로서 경력을 쌓는 과정에 있었으나 미성년자 제자에게 일상적으로 성폭행하는 모습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기 위한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아동·청소년 시기에 피고인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수사기관과 재판에 각각 출석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괴롭고 수치스러운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등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 심 선수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 없길"
심 선수 측 변호인 임상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들을 만나 "주요 공소사실에 대해 100% 인정이 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검찰 구형량이 20년인 점에 비해서 (선고형량이) 10년 6개월인 점은 이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나 본인이 받았던 피해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판단하겠지만 항소를 통해 형량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심 선수도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세상에 진실을 밝혔다"며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 있을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심 선수는 "향후 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앞으로 스케이팅에 집중해 다시 쇼트트랙 선수로서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