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사라진 졸업식…성수기 잃은 화훼·사진업계 '울상'

      2021.01.24 13:18   수정 : 2021.01.24 15:53기사원문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 등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치러지면서 이와 관련 특수를 누리던 업계들은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1년 중 최대 성수기를 잃은 자영업자들은 끝 모를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 허망하게 사라진 성수기…"꽃 사입하면 손해"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침울한 분위기였다.

점포마다 흐드러지게 핀 꽃은 향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졸업식과 입학식 등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1년 중 최대 성수기를 잃은 것이다.

일부 점포에는 '2021년 서울·경기 지역 학교별 졸업 예정표'가 허망하게 붙어 있었다. 졸업식에 밀려들 주문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별 졸업식을 날짜별로 정리한 표인데, 졸업식이 치러지지 않으면서 쓸모를 잃게 됐다.

꽃시장에서 25년간 영업을 해온 정모씨(57)는 "말이 대목이지 하루에 꽃 한 다발 못 팔고 돌아가는 날이 허다하다"라며 "졸업식뿐만 아니라 연말연시 행사가 모두 취소되고, 5인 이상 모임까지 금지됐는데 꽃이 얼마나 팔리겠나"라고 반문했다.


꽃 수명이 짧은 절화업계의 타격은 더욱 커 보였다. 일반적으로 절화의 수명은 열흘을 넘지 못해서 사입해 놓고 팔지 못하면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이 탓에 업주들의 꽃 사입량은 평년 대비 50%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해졌다. 업주들은 "꽃을 사입하는 거 자체가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양재꽃시장을 관할하는 aT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예상 매출액은 약 45억원으로, 최근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9년과 2020년 1월 매출이 각각 63억원을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25%이상 줄은 셈이다.

aT화훼사업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꽃 소비 운동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라며 "2월까지 입학식과 졸업식, 5월에는 어버이날 등이 남아 있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학위복 업체·사진관·메이크업샵 줄줄이 타격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 번째 졸업 시즌을 맞지만, 특수를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은 가까스로 버틸 뿐이었다. 메이크업 샵에 들러 단장하고, 학위복을 빌려 사진을 찍는 풍속도는 자취를 감췄다.

'졸업 특수'만 바라보는 대학가 학위복 대여 업체들은 시름에 잠겼다. 재작년 이맘때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나, 지난해부터는 수요가 줄어서 매장을 닫는 곳이 많아졌다.

이화여대 앞 A대여 업체 관계자 최모씨(42)는 "대학들이 신규 발주는 물론 기존 계약까지 취소하는 상황이라, 매출이 60%는 깎였다. 개별적으로 빌리러 오는 분들이 간간이 있는 정도"라며 "박사 가운 대여는 9분의 1로, 학·석사 가운은 절반으로 내려앉았다"고 설명했다.

사진관 상황도 심각했다. 서대문구 B사진관 대표 이모씨(53)는 "대학별 학위복 대여 일정이 나오면 2~3일간 매일 10팀 정도 예약을 받았는데, 작년 2월과 8월 두 차례 졸업 시즌 때는 통틀어 3~4명뿐이었다"며 "원래 같으면 졸업 특수를 준비할 때에 그저 넋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임대료 충당을 위해 저녁에 배달 일을 한다고 했다.

이미 문을 닫은 사진관들도 상당수였다.
지도 앱에 표시된 효창공원역 인근 사진관 가운데 폐점을 확인한 곳만 4군데다.

헤어·메이크업샵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합정역 인근 C샵 사장 김모씨(35)는 "졸업 시즌이면 하루 3~4명씩 예약을 받았는데, 지금은 '제로'"라며 "졸업 특수로 먹고사는 업종인데, 손님·매출 모두 60% 넘게 감소한 상황"이라고 혀를 찼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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