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상 '위안부 판결' 담화 발표 "韓에 적절한 조치 요구"

【도쿄=조은효 특파원】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23일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이 확정된 것과 관련 담화를 발표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 담화에서 "(이 판결은) 국제법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즉각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판결이 1965년의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주권국가는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웠으나,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는 국가 차원의 반인도적 범죄 행위라는 점에서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 강행규범(최상위 규범)위반으로 보고 판결을 강행했다. 재판 자체를 거부해온 일본 정부는 항소 시한인 22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23일 0시를 기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배상금 확보 수단으로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매각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모테기 외무상은 최근 수 차례 자산 압류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경우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힌 상태다.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조직인 외교부회는 지난 19일 모테기 외무상에게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일본 국내의 한국 자산 동결, 금융제재 등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 조치"를 검토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전달했다.

[e-mail]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