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고위당정청 불참··與 '재정 갈등' 탓?
2021.01.25 06:00
수정 : 2021.01.25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가 지난 24일 저녁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여권이 추진하는 '상생연대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 중 하나인 손실보장법 실현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손실보장법은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이 중단된 업종에 대한 피해액을 일정부분 보전해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손실보장법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홍 부총리가 회의에 불참하면서 여권의 재정 갈등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당정청은 전날 회의를 통해 손실보장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루고 실무적 검토를 진전시키기로 했다. 민주당은 손실보장법을 포함한 '상생연대 3법'을 2월 임시국회 중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설 연휴 이후 코로나 진정 상황에 따라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생연대 3법' 처리 결과에 따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병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고위당정청 주요 멤버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 건강상 이유로 참석치 않았다.
이에 일각에선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 대권주자들과 '적극 재정' 문제로 마찰을 겪고 있는 홍 부총리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여권은 해당 추측을 즉각 부인했지만, 평소 중요 회의에 빠지지 않는 성품의 홍 총리가 여권의 주요 입법과제인 손실보장법 논의에 불참하자 여권의 재정 갈등 악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앞서 홍 부총리는 여권의 '적극 재정' 압박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손실보장제 입법화 등에도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질타했고 이 지사도 "대한민국은 기재부의 나라가 아니며 국가의 권력과 예산은 국민의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한 방송국 토론회에서 "기재부, 곳간지기를 때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독하게 얘기해야만 선명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정 총리와 이 지사의 발언을 비판했지만 홍 부총리의 곤궁함은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함은 틀림이 없다"며 '적극 재정'을 거듭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곳간은 채워 넣기 위해 채우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필요할 때 쓰려고 채우는 것"이라며 "쓸 때 써야 나중에 채워질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적극적인 재정이 필요하다' 정도로만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을 책임지는 홍 부총리 입장에선 당과 정부, 지자체는 물론 여권 유력 대권주자들 모두에게 지적을 받는 부담스런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다만, 여권 관계자 등은 홍 부총리가 당정과의 갈등 상황으로 고위당정청회의에 불참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