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 포인트 현금화 하면 1만원 … 왜 현대카드만?

      2021.01.26 13:48   수정 : 2021.01.27 10: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100만명 고객이 1500억원 현금화’.

올 초 시작한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현금화 서비스의 2주간 실적이다. 서비스 출범 사흘째까지는 앱의 서버가 먹통이 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현대카드 고객에게는 해당 서비스 출시가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을 수 있다.

보통 카드사는 자사 포인트와 현금의 교환비율이 1 대 1인데, 현대카드의 경우 포인트와 현금의 교환비율이 1.5 대 1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의 M포인트 1만5000점을 보유하고 있어도 1만원으로밖에 현금화를 할 수 없다.
고객이 보유한 포인트를 모두 소진한다고 가정하면 현금화보다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쓰는 게 이득인 셈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카드사별 현금화 실적을 보면 현대카드의 흥행은 저조했다. 서비스 시행 후 1주일간 31억원을 현금화해 8개 전업 카드사 중 꼴찌에서 2등을 기록했다. 신용판매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놓고 삼성카드, KB국민카드와 경쟁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145억원, KB국민카드는 106억원에 달하는 포인트를 현금화했다.

그렇다면 왜 현대카드는 1.5포인트를 1원으로 바꿔주는 것일까. 답은 현대카드의 포인트 적립·사용 구조에 있다. 다른 카드사와 달리 현대카드는 포인트 적립 시 모든 비용을 내기에 포인트를 1 대 1 비율로 현금화하면 다른 카드사보다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통 카드사는 가맹점과 포인트 적립 비용을 반씩 부담한다. 예컨대 결제금액 1%를 적립해주는 카드로 고객이 1만원을 결제하면 카드사와 가맹점이 50원씩 내는 것. 이후 고객이 어느 가맹점에서든 포인트로 결제하면 쌓였던 포인트에서 금액만큼 차감된다.

그런데 현대카드는 고객이 결제를 했을 때 발생하는 포인트를 100% 자사가 적립해준다. 위 사례를 기준으로 100원을 현대카드가 모두 지불하는 것이다. 이어 고객이 포인트를 사용하는 가맹점에서 결제시 비용을 현대카드와 해당 가맹점이 반씩 부담한다.

본래 포인트 제도의 목적은 가맹점 내 결제 선순환이었다. 결제를 통해 쌓인 포인트로 또다시 결제를 유도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포인트 제휴 가맹점이 확대되는 등 포인트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포인트로 세금 납부가 가능해지고 현금화하는 정책이 추진되며 포인트 제도의 기능이 다양해졌다. 이에 현대카드도 지난 2017년 8월부터 ‘H코인’을 통해 포인트와 현금을 1.5 대 1 비율로 현금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포인트의 현금화 비율이 1 대 1이 아니라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오히려 현대카드의 구조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고객이 포인트 결제를 하지 않으면 가맹점 입장에서 포인트 적립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주로 대형가맹점에서 포인트 결제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이 포인트 적립구조는 영세가맹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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