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값 아끼면서 주식엔 뭉칫돈… 소비→고용 → 투자 고리 끊겼다
2021.01.26 16:55
수정 : 2021.01.26 18:29기사원문
■넘쳐나는 현금에 자산시장 폭등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시중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광의통화(M2·계절조정계열·평잔)는 지난해 1월 2927조5000억원에서 11월 3178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직 지난해 12월 수치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시중통화량이 250조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M2는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금융자산으로, 시중통화량의 대표적 지표로 쓰인다. 현금은 물론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현금화가 빠른 시장형 상품을 포괄한다.
지난해 12월 수치가 11월과 같다고 가정하고 지난해 연평균 M2를 계산해보면 3069조6000억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전년도인 2019년(2809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9.2% 급증한 수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전년 대비 10.3% 오른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 때문에 자산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25일 종가 기준 3208.99를 기록,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주식을 매수하려는 대기자금은 여전히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72조3212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이뤄진 주택 매매 거래금액은 총 360조8000억원(7일 기준 잠정치)을 기록했다. 2006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2019년(246조2000억원) 대비 110조원 이상, 종전 최대였던 2015년(262조8000억원)보다 90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친기업적 정책으로 유동성 조절해야"
그러나 자산시장의 온기와 달리 실물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자영업자들이 줄폐업을 하면서 종전보다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시장에 돈은 넘치지만 '투자→소비→고용→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당장 실물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3차 재확산으로 0.9% 감소하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3%)는 늘었지만 의복, 신발 등 준내구재는 6.9%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외출과 소비가 줄면서 옷이나 신발마저 구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상황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69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8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국면인 1998년(-127만6000명) 이래 22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정부는 풍부한 유동성을 실물경기로 옮길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1일 국가경제자문회의 회의에서 "풍부한 유동성은 양날의 검이다. 비생산적 부문으로 가면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부채 증가, 자산 양극화 등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잉 유동성이 자산 시장이 아닌 투자로 연결되기 위해 시장 친화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유동성이 자산시장에만 몰리는 이유는 연구개발, 시설투자 등 성장동력으로 이어갈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유동성이 제대로 퍼질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