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미래 꿈꾼다"… 최태원, 6년전 46조 반도체 투자 결단
2021.02.01 18:24
수정 : 2021.02.01 18:24기사원문
1일 준공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15년 이천 M14 준공식에서 밝힌 미래비전의 조기 달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지속적인 반도체산업 리더십 확보를 위해 2014년부터 10년 내 M14를 포함, 국내에 3개의 신규 팹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6년 전 선제적·과감한 투자 주문
당시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확대 경영회의를 통해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활성화 관점에서 현 경영환경의 제약조건에서 과감히 탈피해 선제적으로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규모를 확대하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승부수는 통했다. M16이 완공되면서 이천 M10(D램), M14(D램·낸드플래시)와 충북 청주 M11, M12, M15(낸드), 중국 우시 C2(D램) 등과 함께 메모리 생산능력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최 회장이 시장을 잘못 읽고 판단했다면 수십조원의 투자실패는 SK하이닉스는 물론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은 또 한번 퀀텀점프 시기를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월 PC용 D램 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3달러로, 지난해 12월(2.85달러) 대비 5.26% 상승했다. D램 가격이 오른 것은 약 8개월 만으로 반도체 슈퍼호황이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카와 서버 D램 등 본격화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반도체 수요는 3년 전 슈퍼사이클을 훨씬 뛰어넘는 역대 최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1·4~3·4분기 누적 기준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1.9%로 1위, SK하이닉스가 29.4%로 2위, 마이크론이 23.1%로 3위다. 연내 3강 업체 모두 4세대 10나노급 D램 상용화에 성공하면 향후 가격경쟁력이나 점유율 등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두배 수준인 10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호황 타고 2위 도약기반 마련
특히 M16은 시스템반도체 1위인 대만의 TSMC와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최첨단 차세대 공정인 극자외선(EUV)을 도입했다는 기념비적 평가를 받는다. EUV는 반도체 원자재인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대당 2000억원에 달하는 EUV 장비를 이용하면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 2~5나노에 이르는 초미세공정도 가능하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M16은 EUV 전용공간, 첨단 공해저감시설 등 최첨단 인프라가 집결된 복합제조시설"이라며 "향후 경제적 가치 창출은 물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기여하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는 M16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실행해 나갈 첨병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D램과 낸드를 양 날개로 메모리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고, 동시에 사회적가치(SV) 창출과 ESG 경영에 주력할 것"이라며 "파이낸셜 스토리 비전의 실행을 올해부터 본격화하기로 했고, M16 준공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인텔의 낸드사업부문 1차 인수를 마무리한다. 지난해 양사는 10조3100억원 규모 양수계약을 했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5위권 수준인 SK하이닉스의 낸드부문도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2위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에 쏠린 SK하이닉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는 것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