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과 주권, 韓·美 너무 다른 연봉조정신청
2021.02.09 18:32
수정 : 2021.02.10 10:03기사원문
메이저리그는 3년 이상 된 선수에게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준다.
그동안은 유예기간으로 갈음한다. 최고 스타 가운데 한 명인 코디 벨린저(LA 다저스)도 3년차 연봉은 60만5000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4년차엔 425만달러로 치솟았고, 5년차인 올해엔 1600만달러를 손에 쥐게 됐다.
최지만의 연봉조정신청 승리는 주권(26·KT)의 예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둘 다 조정신청의 수혜자이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연봉조정 결과는 선수 측 승리가 42.8%(MLB 노조 제공)에 달한다.
이에 반해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도합 21번의 신청에서 승리한 선수는 주권과 유지현 LG감독 둘 뿐이다. 나머지 19명은 패했다. 주권 이전엔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제도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온 이유다.
주권이 연봉조정신청에 임하자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이대호(롯데) 이후 10년 동안 아무도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봤자 이길 가능성이 없는데 왜 굳이 조정 신청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택할까.
하지만 오히려 이런 여론 탓에 주권은 뜻밖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지현 감독이 2002년 조정신청에서 이겼을 때도 지나치게 구단 측의 승소 비율이 높다는 여론의 뭇매에 선수의 손을 들어준 느낌이 없지 않았다.
유지현 감독 이전 14번의 조정 신청 결과는 선수 측의 일방적 참패였다. 화들짝 놀란 68명의 선수들은 조정 신청을 해놓고도 스스로 취소했다. 유지현 감독이 이긴 해에도 함께 신청한 세 선수는 모두 패했다. 당시 유지현 감독은 팀 내 연봉 사정 고가 1위였다. 그러고도 구단은 2001년 연봉 2억원에서 1000만원을 깎으려 들었다. 유지현 감독은 2000만원 증액을 요구했다. 야구팬들의 여론은 유지현 감독 편이었다. 결국 조정신청에서 이긴 첫 번째 선수가 됐다.
하지만 여론의 도움만으론 이길 수 없다. 2010년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는 3억9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 오른 7억원을 요구했다. 구단은 6억3000만원을 제시. 조정위원회는 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10년간 아무도 조정위원회의 문을 노크하지 않았다. 7관왕도 지는 판인데 해서 무엇 하겠나. 이번에도 주권의 승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유지현 감독의 경우와 달리 인상폭(1억원)이 컸기 때문이다.
어차피 구단 측이 이기는 조정 신청 제도라면 있으나마나다. 주권의 승리를 계기로 이 제도가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되었으면 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