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 100건 중 3건만 기소… 빈번한 성범죄 무고 '어쩌나'
2021.02.15 17:42
수정 : 2021.02.15 18:13기사원문
■무고죄 입건↑, 기소↓··· 이유는?
15일 검찰에 따르면 경찰이 무고죄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 기소율이 매년 떨어져 3% 내외까지 떨어졌다.
무고사건이 급증해 2019년에는 역대 최초로 1만 건을 넘어섰지만 같은 기간 기소율은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무고죄로 입건해 경찰이 송치한 사건 건수는 2016년 8567건, 2017년 9090건, 2018년 9976건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2019년엔 1만1238건에 달했다.
반면 검찰이 재판에 넘긴 건수는 2016년 366건, 2017년 372건, 2018년 367건, 2019년 330건에 불과했다. 2020년은 통계가 작성된 9월까지 8063건 중 253건만 기소됐다.
기소율로 보면 2016년 4.3%에서 2017년 4.1%, 2018년 3.7%, 2019년 2.9%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무고를 당했다고 신고를 해도 재판까지 가는 게 100건 중 3건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사기관에선 무고죄 입증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자기 사건에서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고소한 사람이 다 무고죄에 걸리는 게 아니다"라며 "억울한 사연이 있는 분들이 많지만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의도적으로 고소해서 없는 죄를 만들었다는 확증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고죄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성범죄다. 성범죄 수사에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원칙으로 자리 잡으며 다른 범죄에 비해 빈약한 증거에도 유죄판결이 나오는 사례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또 무죄를 인정받더라도 피해를 복원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성범죄 특성상 주변에 소문이 빨리 퍼지고, 직장과 학교를 떠나야 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재판과정을 거쳐 무죄판결을 받아내도 이미 만신창이가 된 뒤다.
■성범죄 '무죄'에도 만신창이
성범죄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무고죄 외엔 대응할 방법이 마땅찮다. 2016년 문단에서 미투 운동이 일었을 당시 가해자로 몰린 박진성 시인은 자신을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검찰은 A씨의 범죄혐의가 인정된다면서도 초범이라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2016년 배우 이진욱씨는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B씨를 무고죄로 고소해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이끌어냈다. 1심 무죄를 어렵게 뒤집은 판결이었다.
기소유예와 집행유예의 솜방망이 처벌이지만 그마저도 희귀한 경우다. 대부분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기 일쑤다. 서울 강남권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무고죄 사건이 너무 많다보니까 하나하나 일일이 경찰이 조사해서 증거를 구할 수가 없다"며 "어느 정도는 고소하신 분들이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와야 하는데 '저 사람이 몰아서 내가 억울하다' 정도인 경우가 많아 (기소의견 송치가) 어렵고 검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무고죄 적용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2018년 성범죄 무고사건이 잇따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나온 청원에 24만명의 시민들이 동의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무고죄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현실은 법전에 규정된 형량에 크게 못미친다. 대법원 양형기준이 더 낮은 형량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반성하는 자세가 있거나 전과가 없으면 무고죄가 인정돼도 형을 감경하도록 해 솜방망이 처벌이 잇따르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대법원은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에도 양형기준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