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놀이터 된 청담동…"공실은커녕 권리금 부르는 게 값"
2021.02.15 18:24
수정 : 2021.02.15 18:24기사원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상권이 MZ세대의 놀이터로 떠오르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공실률 폭탄'을 피했다.
■젊은 층 소비가 상권 살려
15일 찾은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의 도산공원과 청담동 신명품거리 일대는 공실상가가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접한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는 공실상가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실제로 상가정보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서울 주요 상권 공실률이 모두 상승했는데, 도산공원 일대를 포함한 청담권역은 전년동기 대비 0.6%포인트만 오른 15%로 집계됐다. 명동의 공실률이 2019년 4.8%에서 지난해 21%로 급격히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청담동 B공인 관계자는 "강남에서 주목받았던 가로수길의 인기가 꺾이면서 도산공원 인근이 뜨기 시작했다"면서 "기존에 청담동거리 일대는 명품숍 등이 많아 건물주들이 의류업종에 임대를 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몇 년 전부터 미슐랭 레스토랑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고급레스토랑에 임대하는 사례가 늘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30대의 MZ세대들이 청담상권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진원창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해외여행을 즐겼던 젊은 세대들이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 대신 명품 등으로 보복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MZ세대의 소비문화가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거쳐 소비를 통해 재력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로 변화하면서 명품과 파인다이닝이 주로 위치한 청담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임대료에도 매물 수요 많아
KDX 한국데이터거래소의 '2020년 상반기 고급음식점 카드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1인 메뉴 평균단가가 5만원 이상인 고급레스토랑의 연령대별 매출액을 보면 다른 연령대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20대는 전년 대비 4억8000만원, 30대는 4억3000만원을 각각 더 쓰며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 최근 도산공원 인근으로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음식점과 패션 브랜드가 매장을 잇따라 오픈하고 있다. 골든구스, 포레스타 블랙, 앤더스벨(리뉴얼) 등의 패션 및 뷰티 브랜드와 본태, 뜨라또리아, 샘킴 등 유명 셰프들의 레스토랑과 트렌디한 맛집들이 도산공원 주변으로 성업 중이다.
이 일대의 상가들은 객단가가 높아 임대료도 높은 편이다. 실제로 30평형대 상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0만원까지 임대료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도산공원일대는 나오는 물건이 없어 대기 수요가 늘고 있다.
청담동 C공인 관계자는 "도산공원 메인상권의 경우 권리금이 부르는 게 값이지만 가끔 무권리금으로 나오는 골목상가의 경우 나오자마자 즉시 거래가 되는 편"이라면서 "과거 메인상권이었던 인근의 압구정로데오거리도 한동안 공실로 속앓이를 했지만 인접해있는 청담상권이 뜨면서 로데오거리의 분위기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