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85조 전성기 회복했지만, 수도권-지방 격차는 7배로
2021.02.16 18:22
수정 : 2021.02.16 21:36기사원문
지난 2011년 2월 17일,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업계 최대 규모인 부산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의 부실 급증이 원인이었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같은해 상반기에만 추가로 7개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영업정지를 당했다. 당시 105개였던 저축은행은 구조조정을 거쳐 79개로 줄었다. 저축은행 수가 줄어든 만큼 예금과 자산규모도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경영 정상화 과정을 거쳐 현재 저축은행은 가장 잘나가던 시절의 자산규모에 가깝게 회복한 상태다. 다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어 해결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산 규모 다시 늘고, 당기순익 1조 돌파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거액의 금액을 저축은행에 예치했던 고객들은 일제히 인출을 위해 저축은행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돈을 돌려받지 못한 이도 발생했다. 지난 2010년 6월 말 기준 76조에 달했던 저축은행 예금 규모는 4년 새 30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더불어 자산 규모 역시 구조조정을 거쳐 같은 기간 86조원에서 36조원으로 50조원이나 감소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불러온 근본 원인은 부동산 PF 부실에 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인 시절 알짜사업이었던 해당 대출이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부실폭탄으로 변한 것이다.
지난 2016년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상호저축은행 백서'를 보면 저축은행 업계 부동산 PF 대출 가운데 부실우려 대출 비중은 2008년 6월 12.4%에서 2011년 3월에는 47.8%로 4배 가까이 늘었다. 10%에 머물렀던 PF 대출 연체율도 25%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반적인 지표 악화로 이어졌다. 2011년 6월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1.06%, 연체율은 25%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예금보험공사가 2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2011년 삼화저축은행부터 2014년 5월 해솔저축은행까지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인해 2014년 6월에는 BIS비율과 연체율이 각각 14.6%, 17.76%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더해 저축은행 간 경영정상화 노력으로 지난해 3·4분기 기준 총 자산은 85조3000억원으로 전성기 모습을 되찾았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1조203억원으로 3·4분기 내 처음으로 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연체율은 3.8%, BIS비율도 14.6%로 양호한 상태에 안착했다. 무려 10년만의 저축은행 정상화다.
■양극화 심해지는데…M&A는 아쉬워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업계 전반적으로 자산과 부실문제는 회복중이지만, 지역별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와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자산 격차는 심한 경우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서울 소재 저축은행의 평균 자산규모(2조1465원)는 반면 광주·전남·전북·제주 소재 저축은행의 평균 자산규모(3253억원)보다 7배 가량 높았다. 지난 2010년 6월 말 양 지역별 평균자산은 각각 1조4831억원, 4816억원으로 차이는 4배 정도에 불과했다.
대구·경북·강원 저축은행의 평균 자산 규모는 2010년 6월말, 지난해 3분기에 각각 1686억원, 2308억원이다. 서울 저축은행들과 자산 규모 차이는 기존 8.8배에서 9.3배로 소폭 늘었다.
이에 금융위는 최근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해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의 길을 열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저축은행이 기존 영업 업권이 아닌 저축은행을 인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완화책에서는 대형사가 몰려 있는 서울을 제외한 지방저축은행간 M&A만 허용해서다. 업계에서는 현재 서울의 대형사가 아니고서야 지방 소형저축은행을 인수할 만한 여력을 갖춘 곳은 찾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