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8개월 규제와 싸웠지만…"큰 물꼬 바꾸지 못해 아쉽다"
2021.02.21 12:00
수정 : 2021.02.21 18:11기사원문
■"최태원의 상의, 大·中企 대표단체로"
박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에서 진행된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재임기간 7년8개월 동안 가장 많이 절실하게 호소한 게 이제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실제로 90개 넘는 업체가 (샌드박스를 통해) 허가받아 업을 시작했다. 샌드박스 오기 전까지 안된다는 이유를 들었던 회사들이었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란 낡은 법과 제도를 일시 면제해 청년 창업가들이 혁신기술을 실제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박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규제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동분서주한 결과 대한상의에는 최초로 민간주도의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박 회장은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에게 너무 미안해 더 매달렸다"며 "앞으로는 최태원 회장이 해야 한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뭐든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퇴임한 후에라도 청년 사업가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몸 사리지 않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회장은 다음 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한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취임으로 상의가 대·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재계 대표단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회장에 대해서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방향성을 잘 대변할 수 있다고 평가했으며, ESG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상의 회장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에 상의 회장 구성하는 것을 봐도 미래 방향에 대해 나보다 훨씬 잘 대변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며 "(최 회장이) 가진 생각 중에 사회적 가치 등은 뚜렷한 요구사항으로 자리를 잡아가는데, 그런 면에서도 상당히 적절하다"고 말했다.
■"퇴임 후에도 청년지원사업 하고 싶다"
퇴임 후 거취에 대해선 자신의 경력과 노하우를 살려 청년지원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절차가 모두 끝나면 두산그룹의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뗄 계획이다. 정치 입문에 대해선 생각이 없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으며, 다만 임명직 제안이 오면 경우에 따라 생각은 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해 보겠다. 이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거나 젊은이들의 꿈을 도와줄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제2의 이병철, 정주영 같은 자수성가한 젊은 사업가들이 이 시대에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중 6개 이상은 이런 기업들로 채워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