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고양시장 “대형자족시설 조성…베드타운 탈피”
2021.02.22 00:17
수정 : 2021.02.22 00: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양=강근주 기자】 고양시 경제지도가 올해 크게 바뀐다. 일산테크노밸리를 비롯해 킨텍스 제3전시장, CJ라이브시티, 경기고양방송영상밸리 등 대형 자족시설이 올해 줄줄이 착공한다. 이들 자족시설은 고양시 미래 100년을 책임질 먹거리다.
이들 자족시설은 3기 창릉신도시 건설과 함께 병행된다. 구도심 개발도 활발하다. 국비 지원으로 뉴딜사업이 5곳이나 진행된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도시재생에 애정이 남다른 결과다. 철도지도 역시 새로 쓴다. 경의선, 3호선 두개만 있던 고양에 고양선 신설 등 광역철도가 6~7개로 늘어난다. 고양시가 이제 특례시란 몸통에 자족시설과 철도교통망을 양 날개를 달고 제2 도약기에 들어섰다.
이재준 시장은 정치인보다 뼈 속 깊은 행정가로 불린다. ‘사람 중심’ ‘정의 실현’을 시정목표로 잡은 실사구시형 목민가적 정치가다. 그래서 창릉신도시 유치로 촉발된 고양시 개조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재준 시장 본인도 인터뷰에서 “좀 더 다른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형건설에 이권 개입을 경계한 말로 들린다.
국민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98년 노무현 전 대통령 국회의원 후보시절 비서로 그는 정치에 입문했다. 8~9대 경기도의원 시절에는 ‘조례 제조기’ ‘개미’로 불렸다. 8년간 도민 현장과 도서관, 의원실을 오가며 발의한 조례와 결의안이 130건을 넘어서다.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이런 의정활동에 감동해 야당 도의원인 그에게만은 지사실을 365일 열어놓았다.
- 특례시로 지정됐다. 준비는 잘 되어가나,
“고양시가 인구 100만 대도시로 진입한지 6년 만에 특례시로 지정됐다. 내년 1월 시민 소망과 염원이 담겨있는 특례시가 출범할 수 있도록 시정역량을 총동원해 준비하고 있다. 4개 특례시(고양 수원 용인 창원)가 맞춤형 권한을 발굴하고 사무 이양을 준비하기 위해 협의회를 올해 1월 결성했다.”
- 특례시 장점과 특성은 무엇인가.
“인구 108만 고양시나 10만, 20만 도시가 권한-제도-재정 등이 동일하게 적용됐는데, 이런 불균형이 해소된다. 다만 특례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사무 이양 등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나 경기도나 고양시는 권한 침범이 아니라 윈-윈 하는 동반자 관계가 필요하다. 대형 자족시설 강화에 특례시에 걸맞은 행정과 재정 권한까지 이양되면 한반도 평화경제 중심 도시로 우뚝 서게 된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행정 미래와 지방자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
- 특례시민이 누릴 혜택은 무엇인가.
“행정과 재정 권한이 확대되는 만큼 시민 중심 시정에 예산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고양시민 비로소 역차별에서 벗어나 다양한 맞춤형 행정서비스와 사업을 제공받게 된다.”
- 서울시 혐오시설이 고양에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경기도 31개 시-군 중 서울시 기피시설이 가장 많이 들어선 곳이 바로 고양이다. 서울시립승화원이 1970년, 서울시립묘지 1963년, 난지물재생센터 1987년, 음식폐기물 처리시설 1996년에 각각 들어섰다. 이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 정부는 서울 위주 개발정책을 펴면서 시설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고양시 같은 위성도시에 기피시설을 설치해 왔다. 주변 도시를 서울 하부기관으로 바라보는 그릇된 관행과 오직 서울시민만을 위한 고급 도시를 만들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낳은 결과물이다. 서울시는 더 이상 이런 역사를 애써 외면하지 말고, 고양 소재 기피시설에 대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
-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이 문제를 어찌 바라보나.
“현재 정당별 후보가 확정되지 않아 아직 정확한 의사표현은 듣지 못했다. 조만간 서울시장 후보가 정당별로 결정되면 후보자들을 직접 만나 ‘앞으로 고양에 서울시 기피시설 신설은 물론 증설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기존 혐오시설 개선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할 생각이다.”
- 기피시설을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서울시가 필요한 기피시설은 서울에 설치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현재 고양에 설치된 시설은 서울시 소재 시설처럼 주인의식을 갖고 철저하게 관리하면 된다. 그러면 교통지옥으로 불리는 차량정체나 악취로 인한 고양시민 민원은 사그라지고, 고양은 서울시 빨래터라는 자조 섞인 비아냥도 사라질 것이다.”
- 도시 자족기능 강화는 잘 돼가고 있나.
“고양에는 자족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있던 공장도 고양시가 이전 촉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노동기지창과 같은 역할이나 하면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이제 달라진다. 일산지역 약 100평 규모의 자족시설용지에 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킨텍스 제3전시장, CJ라이브시티와 같은 굵직굵직한 자족시설이 정부 인허가를 얻어내고 올해 착공에 들어간다.”
- 고양시가 베드타운 오명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베드타운 탈출구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먹거리를 자체 해결하는 자족시설 강화밖에 없다. 때문에 대형 자족시설은 정말 소중한 보물 같은 존재다. 이외에도 일자리와 도시재생을 동시에 잡을 성사 혁신지구, 오금동 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 20만㎡ 규모의 고양방송영상문화단지, 드론앵커센터와 수도권 서북부 화훼종합유통센터 건립도 고양시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자족시설이다.”
- 3기 창릉신도시 유치로 고양시가 무척 시끄러웠다.
“창릉신도시가 발표되자 일부 일산주민이 거세게 반발해 무척 속상했다. 광역교통망 구축, 훼손지 복구사업비 확보, 자족시설 확보 등은 3기 신도시 유치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시적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오해는 이제 많이 풀렸다. 3만8000호가 들어서는 창릉 3기 신도시에는 판교 2배가 넘는 40만평의 자족시설이 들어선다. 여기서 10분 거리인 상암동은 이미 임대료가 초고가라 더 이상 콘텐츠나 방송 관련 기업이 들어가기 어렵다. 반면 일산테크노밸리나 방송영상밸리는 15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다. 기업 유치에는 최적지가 아닐 수 없다.”
-광역교통 대책 수립과 진척 상황은 어떤가.
“창릉지구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정차한다. 이로써 고양에는 GTX-A가 대곡역 킨텍스역 창릉역 등 3곳에 서게 된다. 한 도시에 GTX 역을 3개나 설치하는 곳은 고양시가 유일하다. 이외에도 고양선 신설과 지하철 3, 5, 7, 9호선 환승으로 고양과 서울은 더욱 촘촘히 연결된다. 수도권 전철 서해선은 대곡역을 거쳐 일산역까지 연장되고, 의정부와 고양을 잇는 추억의 교외선도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다. 경의선과 3호선 2개 철도만 있던 고양에 6~7개 철도가 생기는 것이다.”
-고양선이 일산역까지 연결되는데, 신설은 어떻게 가능했나.
“창릉 신도시 유치가 낳은 결과다. 고양선은 당초 GTX-A노선 대곡역과 연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창릉역 신설로 서울 새절역에서 서부선과 환승해 GTX 창릉역-3호선 화정역-고양시청으로 연결된다. 특히 고양선은 식사역까지 신교통수단인 ‘트램’이 깔린다.”
-도시재생도 무척 활발한데 실태는 어떤가.
“고양시 하면 ‘정부 뉴딜사업이 제일 많은 곳(5곳)’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설명보다는 ‘도시재생에 애착이 너무도 많은 시장이 고양시에 있다’로 봐주면 좋겠다. 작년에는 능곡역 리모델링, 토당문화플랫폼 조성, 원당 마을안길 개선사업 등을 마무리했다. 올해는 성사혁신지구와 화전지역 드론앵커센터 건립과 일산복합커뮤니티센터 조성이 본격 추진된다.”
- 창릉신도시 유치로 1기 신도시 일산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고양시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설치, 운용하면 매년 250억원에서 300억원의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 이 예산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토대를 마련하고 일산지역 경쟁력도 강화하는, 도시재생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 신 고양청사 신축은 잘 진행되고 있나.
“현 청사는 1983년 건립돼 40여개 부서가 시청 주변에 산재해 시민 불편이 크다. 결국 작년 5월 주교 제1공영주차장 일원 4만㎡ 규모의 신청사 부지를 선정했다. 건축비용은 약 25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오는 2025년 말 준공이 목표다. 외국인이 인천공항에 내리면 ‘아, 고양시청사 한 번 들렀다 가야겠다’ 생각이 들 수 있는. 그런 청사로 만들겠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