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높은 '유리천장'..100대 기업 중 70곳 여성 사외이사 전무

      2021.02.24 11:00   수정 : 2021.02.24 1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내년 8월부터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사실상 1명 이상 두는 것이 의무화 되지만, 여전히 국내 매출 상위 100곳 중 70곳은 여성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매출액 기준 100대 상장사의 사외이사 441명 중 여성은 35명(7.9%)으로 집계됐다. 분석대상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는 곳은 30곳, 나머지 70개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가 전무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있는 30곳 중에서도 여성이 2명 이상 되는 곳은 단 4군데 뿐이었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지역난방공사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6명 중 절반인 3명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이어 삼성전자, 한국전력(한전), S-Oil도 여성 사외이사가 각 2명씩 활약 중이다.

사외이사의 출생년도를 살펴보면 1955년생이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5년 단위별로는 1955~1959년 출생자가 128명(29%)로 최다였고, 1960~1964년생(120명·27.2%), 1950~1954년생(74명·16.8%), 1965~1969년 (53명·12%) 순이었다. 최연소 사외이사는 한전의 방수란 비상임이사(1987년생)로 확인됐다.

학력별로는 박사급이 197명으로 전체의 44.7%에 달했다. 또 소위 명문대로 지칭되는 ‘스카이(서울·고려·연세대)’ 출신 대학을 나온 사외이사는 165명(37.4%)으로 집계됐다. 이중 서울대 출신이 10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외이사들의 핵심 경력을 구분해 보면 대학 총장과 교수 등 학계 출신이 184명(41.7%)으로 주류를 이뤘다. 이어 최고경영자(CEO) 등 재계 출신 99명(22.4%), 국세청·금융감독원원·공정거래위원회·관세청·감사원·지자체 공무원 등 행정계 출신이 84명(19%)으로 많았다.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은 54명(12.2%)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 중에서는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출신도 30명이나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제외하고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세 기관에서 공직 생활을 했던 이들 중에서도 25명 정도가 현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 441명 중 155명(35.1%) 이상은 올해 3월 말 이전 임기만료를 앞둔 상황이다. 내년 2022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150명 정도가 사외이사 임기만료 예정이다. 올해와 내년 사이에 300명 정도 되는 사외이사 자리 변동이 발생하게 된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총 이사회 인원은 모두 75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은 사외이사 숫자보다 겨우 4명 더 많은 39명으로 여성의 이사회 진출 비율은 5.2%에 그쳤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 500개사로 구성된 S&P 500 지수에 들어가는 회사들의 여성 이사회 진출 비율은 지난해 기준 28% 수준이다. 스웨덴(24.9%), 영국 (24.5%)도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은 20%대로 우리나라 기업들보다 높은 편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법률 등에 여성 이사 비율을 40%까지 확대해 놓았다. 최근 독일도 3명 이상의 이사회를 가진 상장 회사의 경우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사회 멤버 중 30% 이상을 여성 몫으로 할당해놓은 셈이다.

국내도 올해와 내년 사이에 여성 이사회 진출 비율 수치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자산 2조원이 넘는 곳은 내년 8월부터 이사회에서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내년 정도에 150명 내외 수준의 여성들이 이사회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100대 기업 기준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2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유니코써치 측은 관측했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단 두 곳밖에 없는 실정이다. 삼성카드는 작년 3분기 기준 이사회 멤버가 총 7명인데 사내이사(이인재 부사장)와 사외이사(임혜란 이사) 총 2명의 여성이 활약하며 28.6%로 100대 기업 중 최고였다.
지역난방공사는 27.3%로 두 번째로 높았다. 이외 여성 이사회 비율이 10%대 인 곳은 27곳으로 파악됐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세계적으로 ‘ESG’가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사회 멤버 중 여성 비율을 높이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남성 중심의 이사회가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자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해온 기업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여성 사외이사의 증가는 기업의 지배구조인 거버넌스(Governance)를 투명하게 하고 이사회 조직 운영의 다양성(Diversity)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기 때문에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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