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과거에 발목 잡혀선 안돼"...日에 '화해 손짓'
2021.03.02 06:00
수정 : 2021.03.02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2주년 3·1절을 맞은 1일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적극적인 화해의 손짓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더 굳건한 협력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주변국과의 '연대와 협력' 필요성이 더욱 커졌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관계 복원 의지...'화해'에 방점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복원 의지를 피력하며 어느때보다 '화해'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일본과 우리 사이에는 과거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다"면서도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 양국은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 되었다"고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 교훈을 얻어야 하지만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는 '분리 대응'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 "3·1독립선언서는 일본에게, 용감하고 현명하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참된 이해를 바탕으로 우호적인 새로운 관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우리의 정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 톤은 지난 3차례의 '3·1절 기념사'와는 사뭇 다르다.
문 대통령은 2018년에는 "전쟁 시기 반인륜적 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며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다. 2019년에는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며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에는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유화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대일 메시지 비중 자체가 매우 적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들어 수차례 한·일 관계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해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신년사에선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주일대사에 4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지일파'인 강창일 전 의원을 전격 기용해 돌파구 마련을 꾀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2015년도 위안부 합의는 양국 정부 공식적인 합의다", "강제집행 방식의 현금화는 한일 양국에 바람직하지 않다" 등 유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2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도 '한·일관계 정상화 노력'을 언급했다.
■도쿄올림픽 등 언급...새 제안은 없어
문 대통령은 이날 한·일관계 개선의 매개체로는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등 코로나 극복 협력과 도쿄올림픽 성공 협력 등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열리게 될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등 양국간 난제를 해결할 '새로운 제안'은 없었다.
최근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논문 파문으로 국내 반일 정서가 다시 들끓고 있고, 지난 2월 22일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까지 개최한 만큼, 획기적인 제안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양국 관계 정상화는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어떻게 하더라도 파격적인 제안을 하지 않으면 일본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화해의 메시지를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