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양부모 측 "손으로만 때렸다" 살인 혐의 부인
2021.03.03 11:16
수정 : 2021.03.03 11:19기사원문
다만 복부손상에 대해선 발로 밟은 적이 없고 손으로 한 차례 때린 적만 있다고 주장했다.
■살인 혐의가 관건, "발로 밟은 적 없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3일 열린 정인양 양모 장모씨(35)와 양부 안모씨(37) 3차 공판에서 장씨 측이 정인양 사망의 결정적 계기가 된 복부손상에 대해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맹세코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사실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감정의 감정에서도 미필적 고의로나마 죽이려 한 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망 당일에 피해자 배를 세게 때린 적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강하게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복부가격은 정인양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 타격으로, 인정할 경우 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췌장 절단으로 내부 출혈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어떤 외력으로 췌장 절단에 이르게 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췌장 절단에 필요한 외력은 성인 여성이 팔로 때려서는 내기 어려운 것이어서 소파나 침대 위에서 떨어지며 발로 밟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양부모 측 변호인은 장씨가 이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이다.
양부모 측은 살인 혐의 등을 부인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태다. 지난 공판 당시와 달리 공소내용 상당 부분을 인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도 이 같은 의도로 보인다. 양부모 측 변호인은 장씨가 정인양 좌측 쇄골이 골절되도록 상해를 가한 사실, 기저귀를 갈다 머리를 찧게 해 후두부에 상해를 입도록 한 사실 등 다수 공소사실을 인정했는데 지난 공판까진 이중 상당 부분을 부인해온 상태였다.
■"아빠라서 걸었다" 학대 입증도 주목
아내의 학대를 방조하는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안씨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지난 증인신문에서 정인양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마지막 등원 당시 움직이지 못하던 정인양이 안씨의 부름에 걸은 사실이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재판장이 '지난 증인신문과 관련해 언급할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양부모 측 변호인은 “하루종일 걷지 못했다고 어린이집 원장이 말했는데 아빠가 ‘이리 오라’고 해서 걸었고 어린이집 원장이 ‘아빠라서 다르구나’하고 말한 부분이 있다”며 “양부모와 피해자 관계가 좋았고 아빠가 걸으라고 하니까 걸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이 “그런 취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나 변호인은 “녹취서에 그런 부분이 있다”고 재반박했다.
한편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안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양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양모 장씨는 입양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정인양이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부터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도, 분리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수사과정을 감시해야 할 강서아보전 역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지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한동안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던 정인양이 9월에 등원한 모습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려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A씨는 “제가 안아보니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며 “어린이집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병원에 확인하고 싶어서 데려갔다”고 증언했다. 이날이 9월 23일로, 아이를 진찰한 소아과 원장이 직접 경찰에 신고했지만 서울 양천경찰서는 내사종결 처리했다.
3번째이자 마지막 신고였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