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선물은 주식계좌, 투자동아리 북적… 캠퍼스 '주식 열공'
2021.03.08 18:39
수정 : 2021.03.08 18:39기사원문
■'주식계좌' 받고 적금 대신 주식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성원씨(20·경희대)는 지난 1월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부모님께서 입학 선물로 옷이나 가방 대신 100만원이 담긴 주식거래 계좌를 주신 것.
김씨는 "아버지께서 '잃어봐야 버는 법도 안다'고 경험을 쌓아나가길 바라셨다"며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도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한 친구나 선배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주식투자를 했다는 이모씨(26·전주교대)는 "3년 전에 계좌를 터놓기만 했었는데 작년부터 주변에서 주식 이야기가 많이 나와 소액투자를 시작했다"면서 "개강하면서 학교에 주식 동아리를 만들겠다는 사람들도 나와 확실히 주식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실제 리서치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심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까운 지인이 주식을 한다면 권하겠다는 '주식권유율'은 지난 2월 말 기준 36.9%로 부동산·가상자산 등 재테크 수단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20대의 주식권유율은 43.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아 '주식 열풍'이 20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에 친구들끼리 모여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도 생겼다. 박모씨(23·고려대)는 "동기 넷이서 다달이 회비를 모아 여행을 가곤 했었는데 코로나로 여행이 불투명해지자 회비를 나눠 각자 투자를 시작했다"면서 "학기 말까지 수익률이 가장 안 좋은 사람이 밥을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산 증식 수단으로 예·적금이 아닌 주식투자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은행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자 '주식투자'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2월 졸업한 이진명씨(26·고려대)는 돈을 은행에 넣는 것보다 주식 투자에 쓰는 게 낫다는 주변의 권유로 지난해 7월부터 주식을 시작했다. 이씨는 "매수·매도에 열을 올리기보단 대형주를 사서 저축 개념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적금은 이율이 낮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동아리 가입 문의도 '상한가'
금융투자학회나 동아리에 가입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대학가에 따르면 전국 36개 대학 소속 40개 투자동아리 연합체인 '전국 대학생 투자동아리 연합회(UIC)'의 현재 활동회원은 1400여명으로 지난해 2월(1200여명) 대비 약 16% 증가했다. 소속 학회들에선 '묻지마 투자'가 아닌 체계적인 기업 분석을 통한 투자를 하고 있어 개별 학회 내 수요도 늘고 있다.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 'RISK'의 임우택 회장(26)은 "이번 모집엔 지난해 2학기보다 40%가량 늘어난 57명이 지원했다"면서 "원래는 15명을 뽑았었는데 학회에 대한 수요나 규모가 커지면서 20여명을 뽑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어 "경영·경제학과뿐 아니라 비상경계열 학과에서도 관심이 많아 그 비율이 1대 1 정도 된다"면서 "새내기 지원자도 많아져 확실히 학내 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었음을 체감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투자연구회 'SMIC' 조현휘 회장(24)도 "주식이 대학 친구들의 주된 이야깃거리 중 하나가 된 것 같다"면서 "한창 모집 중이라 정확한 경쟁률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가입 문의가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관심도가 높아지자 학회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조씨는 "기존 활동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 비상장 기업을 분석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가치투자학회 'YIG' 노동현 회장(26)도 "올해부터는 해외투자팀을 신설해 활동 반경을 넓힐 계획"이라며 "'서학개미'라는 말도 있는데, 학부에서도 수요가 있었던 만큼 이 부분에 집중하는 팀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