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학계·시민사회 "램지어 위안부 논문 철회하라" 긴급성명
2021.03.10 14:54
수정 : 2021.03.10 14:54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학계와 시민단체가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부정하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 사실과 역사적 정의를 부정하고 있다며, 이를 게재한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철회하라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10일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새롭게 위장된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을 비판하는 일본의 연구자·활동가' 명의로 된 긴급 성명을 통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위안부에 대해 일본 국가의 책임을 완전히 면제하고, 말단업자와 당사자 여성의 양자 관계만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저술 차원을 넘어 일본의 가해책임을 부정하는 세력들의 주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성명에서는 위안부 제도가 공창제의 일환이라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공창 제도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라며 "위안소는 공창제도와 달리 일본군이 직접 지시하고 명령해 설치했으며 관리했다"고 반박했다. 또 위안부는 일본군이 직접 징모하거나 일본군의 지시, 명령을 통해 강제 모집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여성 가운데 창기나 예기, 작부였던 이들이 위안부로 된 사례는 일부 발견됐으나, 램지어 교수가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많은 여성들은 공창제도와 관계없이 계약서도 없는 상태로 사기나 폭력, 인신매매 형태로 위안부가 됐다는 사실이 이미 방대한 연구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램지어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서 일본군의 주체적인 관여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료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어 일본의 공창제도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이해에도 큰 문제가 있다며 공창제하에서도 예창기(藝娼技) 계약은 실제로는 인신매매이고, 폐업의 자유가 없었다는 점도 이미 많은 선행연구와 사료가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램지어 교수가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창기 등이 자유로운 계약의 주체인 것처럼 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런 배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독(査讀·동료 연구자들의 평가)에 기반해 램지어 논문의 재심사를 진행한 뒤 게재를 철회할 것을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촉구했다.
'파이트 포 저스티스' 등 일본 시민·학술 단체들은 오는 14일 램지어 논문의 문제점을 정밀 분석하고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연다. 위안부 실체를 왜곡하는 일련의 흐름에 맞서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