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오페라축제' 부활 이끈 3인방 박수길·이건용·유인택을 만나다
2021.03.15 13:59
수정 : 2021.03.15 13:59기사원문
국내 최초의 오페라축제로 1999년 시작해 22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이번 축제는 오페라 관객의 저변 확대와 창작오페라 발굴·육성을 목표로 20일동안 총 22회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오예승 작곡의 '김부장의 죽음'을 비롯해 최우정 작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도니제티 오페라 '엄마 만세', 쿠르트 바일의 '서푼짜리 오페라',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 창작오페라 '춘향 탈옥' 등 5편의 작품을 매일 돌아가며 공연한다.
사실 이번 축제를 여는 데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5년까지 매년 꾸준히 개최해오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1년 쉬었고 이후 2017년 18회 축제를 진행한 뒤 3년만인 지난해 축제의 문을 열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을 더 기다렸다가 이번에 개최하게 됐다. 자칫하면 영영 멈출뻔했던 축제를 다시 살릴 수 있게 된 데에는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과 이건용 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의 노력이 있었다.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공동위원장을 맡은 3인을 만났다.
―무려 4년만에 축제를 다시 열게 돼 감회가 남다르겠다.
▲박수길: 소극장 오페라에 관심 많은 사람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이 축제를 열 수 있게 된 것은 유인택 사장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먼저 이 축제를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올해를 계기로 앞으로도 이 축제가 매년 열릴 수 있길 바란다.
▲이건용: 이 축제는 제가 오페라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줬다. 저의 첫 창작오페라 '봄봄'을 이 무대에 처음 올렸고, 2년 뒤 '동승'을 또 이 무대에 올렸다. 이 축제가 다시 이어지는 것이 오페라를 창작하는 후배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유인택: 저는 대학로에서 연극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소극장 연극·뮤지컬이 대한민국의 연극과 뮤지컬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오페라 역시 창작오페라가 발전해야만 한국 오페라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전당의 사장으로 부임한 뒤 긴 역사를 가진 이 축제가 공공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민간 차원에서만 진행해왔다는 사실이 늘 안타까웠다. 예술의전당이 소극장 오페라 운동을 일궈오신 분들과 손잡게 된 이유다.
―오랜만에 다시 축제를 준비하면서 겪었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유: 2019년 취임 직후 이 축제의 존재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엔 예술의전당이 이 축제를 지원할 재원은 없었기에 이듬해 축제를 열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기로만 했는데 코로나19로 그마저 무산됐다. 이를 지켜보며 오히려 내가 재직하는 동안 이 축제를 어떻게든 정착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후원사 고려아연을 유치해 1억원의 지원을 받게 됐고 예술의전당 예산 2억원을 추가 투입해 축제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던데.
▲박: 축제를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주제를 하나로 묶기 어려웠다. 다만 우리의 창작오페라와 더불어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조화롭게 선정하자는 것이 공통의 의견이었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주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번 축제를 통해 관객들이 오페라가 쉽고 재밌구나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자 작품을 구성했고 매일 무대를 바꿔가며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것 또한 이번 축제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도전이다.
―대극장 오페라에 비해 소극장 오페라가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유: 소비자의 관점에서 소극장의 매력은 배우의 섬세한 표정과 연기를 가까운 거리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페라도 대극장에서 할 때는 배우 표정이 잘 안보이는데 소극장에서는 배우의 섬세한 연기서부터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성악가의 우렁찬 울림이 몸까지 울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 축제에 오르는 작품들 모두 우리 말로 공연을 하는데 자막과 무대를 왔다갔다 보는 수고로움을 덜고 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축제를 통해 새로운 관객들이 소극장 오페라의 맛과 재미를 느끼면 대형 오페라에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90여분의 시간을 책임지겠다. 만족하지 못하면 환불해드리겠다. 하하.
▲이: 과거 유럽에서도 오페라 작품들은 살롱에서 초연을 했다. 그것이 인기를 끌어서 투자가 들어오고 이후 대형 작품으로 확장됐다. 오페라가 무조건 대작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미국과 이탈리아, 독일의 소극장에서 오페라들이 공연된다. 소극장에서의 악기 구성 또한 작곡가들에게는 재미있는 도전이 될 수 있고 지휘자들에게도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번 축제 기간 동안 꼭 봐야 할 작품을 하나씩 추천하신다면.
▲박: 다섯 작품 다 추천하고 싶다. 전부 와서 봤으면 좋겠다. 색이 다른 작품들이기에 각자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이: 이 시대 우리의 삶을 비추는 오페라 작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부장의 죽음'과 '달이 물로 걸어오듯'과 같은 작품은 이 시대, 오늘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무대에서 펼쳐진다.
▲유: '춘향 탈옥'을 꼽고 싶다. 고전을 비튼 오늘의 이야기를 담은 소극장 창작오페라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