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함께한 '물믈리에'...5년간 팔당댐 맞먹는 물 재이용
2021.03.21 14:25
수정 : 2021.03.21 14: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반도체와 물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제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 근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구 박사는 21일 "조직 단위 물 발자국 인증은 지난 3년간의 용수 사용량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장에서 받기 매우 어려운 것"이라며 "용수 사용 최소화 고민과 10년 이상 쌓은 용수 사용 저감 노하우가 있어 가능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청정도와 생산성을 위해 '초순수'를 사용하고,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용수 사용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친환경 인증을 받기가 쉽지 않다.
물 없이 반도체는 만들 수 없다. 반도체에서 물은 제조 공정, 공정 가스 정화, 클린룸의 온·습도 조절 등에 사용된다. 물 관리는 환경보호는 물론 삼성 반도체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삼성전자의 각 캠퍼스에는 '그린동'으로 불리는 첨단 폐수 정화시설들이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된 물은 내부 기준 6가지로 분류해 각 단계의 성질에 맞는 공법과 기술을 적용해 정화하고 있다.
DS부문의 용수 재이용량은 하루 16만t이다. 이는 화성시민 85만명이 하루 사용할 수 있는 양과 비슷하다. 구 박사는 "물 사용 최소화를 위한 공정 최적화, 멤브레인 기술을 도입해 폐수를 정화시켜 유틸리티 설비에 사용하는 등 폐수 재이용률을 높이고 있다"며 "지난 5년간 누적 재이용량은 약 2.3억t으로 팔당댐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흥캠퍼스 인근 오산천에는 청정수에만 산다는 수달이 돌아와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와 용인시 등 인근 지자체, 환경단체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그는 "기흥캠퍼스는 2007년부터 반도체 제조과정에 사용된 물을 국가 수질 기준보다 엄격하게 정화해 일 평균 약 4만5000t을 오산천에 방류했다"면서 "풍부한 수량을 유지하면서 생태계가 살아났다"고 수달이 돌아온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오산천 수달에 '달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콘텐츠 '으쓱(ESG) 탐정사무소'의 인턴으로 소개했다. 어느덧 달수는 삼성전자 ESG 경영 활동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아울러 지난 2003년부터 임직원, 지역 자치단체, 환경단체와 합심해 원천리천·오산천 수질정화식물 식재, 수원청개구리 서식지 조성 등 매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며 도심 속 생태계 복원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구 박사는 "삼성전자는 원격 감시체계(TMS)를 갖춰 24시간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면서 "물 공급과 폐수처리까지 이어지는 수자원 관리를 빈틈없이 진행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