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있어야 봄이다, 통영·광주에 진짜 봄이 왔다

      2021.03.22 17:28   수정 : 2021.03.22 18:42기사원문

다시 모든 것이 살아날 준비를 하는 봄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되거나 연기됐던 국내의 대형 예술 행사들도 다시 정상 개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취소됐던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2년만에 열리고, 지난해 가을 개최 예정이었다가 반년가량 연기된 광주비엔날레도 미술 애호가들을 기다린다.



코로나19 이전처럼 해외 아티스트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쉽진 않은 상황 속에서 이 두 행사는 장르를 넓히거나 온라인으로 전시장을 확대하면서 외연을 넓혔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췄다, 다양한 장르 담아낸 통영국제음악제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펼쳐지는 '2021 통영국제음악제'는 '변화하는 현실'을 주제로 클래식 음악의 성찬을 준비했다.


1999년 '윤이상 음악의 밤'과 2000년 '통영현대음악제'를 모태로 2002년부터 매년 3월말에서 4월초 사이 꾸준히 행사를 열어온 TIMF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전례없는 취소 사태를 맞기도 했다. 현재까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명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이 어려워지면서 그간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주로 선보여온 통영국제음악제는 주제에 맞춰 국악과 현대무용까지 장르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음악제의 개막일인 26일과 27일에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발레리나 김주원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작곡가 김택수, 영화 '미나리'의 주역배우 한예리,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함께 만든 음악극 '디어 루나'가 세계 초연되고, 모던록과 판소리를 결합한 앨범 '수궁가'로 지난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조선팝 그룹' 이날치가 다음달 2일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 영국 사우샘프턴 필름위크에서 아티스트 필름 경쟁부문 베스트 아티스트 필름상과 관객상 등을 수상한 작품 '야드'(제작 및 출연 안이호)가 판소리 드라마 형태로 초연된다. 이 작품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을 그린 임채묵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메인 프로그램인 클래식 아티스트 라인업도 탄탄하다.

개막공연의 포디엄은 '엘 시스테마'가 낳은 스타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올라 피아니스트 루카시 본드라체크,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윤이상 관현악곡 서주와 추상,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등을 연주한다.

폐막공연은 이스탄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샤샤 괴첼이 지휘봉을 잡고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과 소프라노 임선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베이스 박종민, 대전시립합창단 등이 무대에 올라 베토벤 교향곡 8번과 모차르트 레퀴엠을 들려준다.

이밖에 첼리스트 카미유 토마와 피아니스트 윤홍천, 박종해, 김다솔, 이진상,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비올리스트 이승원, 첼리스트 이강호, 심준호, 플루티스트 김유빈 등 국내 유명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당초 28일과 30일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최근 왼손 부상으로 음악제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이번 음악제는 통영시 관내 야외 스크린과 통영국제음악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관람도 가능하다.

■팬데믹 시대 새로운 소통, 다양한 가능성 담은 광주비엔날레

광주에서는 다음달 1일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광주에 체류중인 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는 개막을 열흘 앞둔 22일 현재 광주비엔날레 전시 공간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광주극장 등 4곳의 장소에서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 포럼과 행진 등의 프로젝트를 막바지로 소화하면서 팬데믹 시대 관람객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으로 전시와 웹사이트, SNS채널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오르간', 온라인 저널 '떠오르는 마음', 출판물 등으로 구성되면서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현대미술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그동안 서구사회와 근대를 지탱해온 합리성과 이성의 이분법에서 나아가 비서구 세계에 자리하고 있는 전지구적인 생활체계와 공동의 생존을 위한 예술적 실천에 방향성을 두고 인지자본주의, 폭력적 알고리즘, 행성 제국주의가 드리운 미래와 겨루는 지능의 무한한 형태와 삶의 양상, 공동 생존의 다양한 방식 등을 다루며 우주론 전반에 대해 69개팀의 작가가 각각의 작품을 풀어낸다.

메인 전시 공간인 광주비엔날레 전시의 시작은 5·18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 8개가 설치된다.

존 제라드, 아나 마리아 밀란의 영상 작품과 오우티 피에스키의 직조 설치 작품을 비롯해서 민중미술의 선구자 민정기, 사진가 이갑철, 다학제적 작업을 하는 미술가 문경원 등 한국적 맥락에서 미완의 역사와 억압된 연대기를 다루는 작품들이 묵직하게 채운다.

이와함께 샤머니즘박물관과 가회민화박물관의 부적, 제의적 회화 등이 함께 선보여지면서 한국의 샤머니즘, 즉 무속의 의식체계를 탐구한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테오 에쉐투, 갈라 포라스 킴, 세실리아 비쿠냐의 신작 커미션이 전시돼 죽음과 사후세계, 영적인 물건이 주는 보상, 육체의 한계성 등의 개념을 다루고, 개관 85주년을 맞이한 광주극장에서는 주디 라둘이 라이브 오케스트라 공연과 함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시각 인지의 개념과 기술적·생물학적 의미의 '이미지' 개념에 도전한다.

과거 풍장터였던 양림동 선교사 묘지 끝자락에 있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와 시셀 톨라스의 비엔날레 신작, 파트리샤 도밍게스, 사헤지 라할, 김상돈의 근작이 함께 전시된다.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5월 9일까지 40여일간 진행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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