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처벌법서 LH 빠졌는데···“소급 적용은 친일파한테나”

      2021.03.23 10:44   수정 : 2021.03.23 13: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가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해 얻은 투기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인 가운데, 정작 이 사태의 당사자인 LH 직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고심 끝에 소급 적용 조항을 빼기로 한 사정이 읽힌다.



지난 18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는 땅 투기 공직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진행됐다.

법안은 땅 투기를 실시한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 혹은 그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취득한 재산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뼈대다.


이와 관련 ‘친일재산귀속특별법’에 착안해 이번 사건을 유발한 LH 직원들에게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으나, 소위원장이자 법조인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

조 의원은 “몰수나 추징, 혹은 형벌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 같은 것”이라며 “당시 처벌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연법으로 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친일재산귀속특별법에 대해선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가 당시엔 이를 처벌하는 법이 없었지만 자연법으로 봐도 분명히 범행에 해당하고 양심의 가책이 있었을 것이기에 이후에 처벌조항이 생겼을 때 소급효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H 직원 등의 범죄 혐의가 수사를 통해 입증돼도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몰수할 수 없다. 3기 신도시 사업이 그대로 추진되면 이들은 토지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같은 당 허영, 김교흥 의원이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은 소급 적용을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조 의원은 “헌법을 뛰어넘는 입법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들의 농지 취득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토보상에서 제외하면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소위를 통과해 19일 국토위 문턱을 넘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몰수 추징 조항에서 소급 적용 내용은 빠졌다.
개정안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으로 오른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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