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 결집해 中 제재 협공… 보복 나선 中, 北·러와 연대

      2021.03.23 18:17   수정 : 2021.03.23 20: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강규민 기자】 미국과 중국의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 후폭풍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 서방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러시아·북한 등과 연대를 강화하며 세계를 양분하는 상황이다. 미·중 양국이 신장웨이우얼, 홍콩, 대만, 남중국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첨예한 대립을 겪고 있으며 향후 해결을 위한 추가 대화 자리에 기약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신냉전시대 돌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영·EU·캐 vs 중·러·북

23일 주요 외신과 미·중 외교부에 따르면 알래스카 회담 이후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미국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9일(현지시간) 2박3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해 군사·안보협력 강화에 들어갔다.
미국과 인도의 장관급 고위인사 대면접촉은 새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인도는 미국과 함께 4개국 협의체 쿼드 회원이지만 중국과는 카슈미르 등 접경지역에서 수차례 군사적 충돌을 빚어왔다.

중국은 곧바로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해 미국 통화패권, 내정간섭 등을 비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23일 양일간 회담 후 "다른 나라들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를 통해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양국은 또 달러 패권을 이용한 미국의 제재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주요 의제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글로벌 결제시스템을 무기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양국은 우려하고 있다. 2018년 이후 미·중 무역마찰이 격화되면서 미국에 의한 중국 금융기관의 국제결제망 참여 제한 등 금융제재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즉 홍콩, 신장웨이우얼 등 문제를 빌미로 미국이 주요 국제결제망인 뉴욕청산소은행간지급시스템(CHIPS)이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중국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전망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 달러의 지배를 끝내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지배력을 서서히 약하게 하는 방법은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디지털위안화를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연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국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이전에 디지털위안화의 공식 출시를 목표로, 상용화 시험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탈달러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과 러시아 무역에서 달러 결제 비중을 2015년 90%에서 지난해 46%로 반토막 가까이 하향 조정했고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 간 거래에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중·러는 정치·외교적 사안에서도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양국 장관은 전날 광시성 구이린 회담 자리에서 "미국은 일방적인 괴롭힘과 타국 내정 간섭, 소그룹 집단대결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러 최고위급 접촉 사안도 회담 테이블에 올라왔다.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는 "중국과 러시아의 파트너십은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균형추이며 중·러 협력에 상한선은 없다"며 미국의 압박에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장 인권 놓고 상호 제재 공방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 동맹국들은 신장웨이우얼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을 향한 동시다발적인 제재를 가했다. 이들 국가는 신장 지역을 담당하는 고위관료들의 자국 여행 제한, 자산 동결, 자국 기업과 거래 제한 등을 추진키로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EU 고위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할 예정이다.

중국은 동일한 수준의 보복 조치를 단행하면서 북한과도 결집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관계 강화를 약속하는 구두 서신을 교환했다.


시 주석은 미·중 고위급 회담 전후로 여러 국가의 정상들과 잇따라 통화했는데,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왕이 부장은 24~3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오만 등을 방문하며 우호를 다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문제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과 같은 반향이 있었다"면서 "양국이 악감정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양극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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