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과 전문규제기관의 역할
2021.03.24 18:25
수정 : 2021.03.24 18:25기사원문
제정안은 1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현재 국회심의를 남겨두고 있다. 제정안은 일정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를 부과하고, 계약내용 변경 시 사전통지의무 그리고 금지행위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쟁점은 법의 내용보다는 온라인 플랫폼 법규범 대상자를 누가 관할해야 할 것인가라는 거버넌스로 집중된다. 여기에서 문제는 법 명칭에도 그대로 나와 있듯이 온라인과 플랫폼을 누가 다뤄야 하느냐에 있다. 논의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이용자이익 저해와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라 그 대상이 온라인과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온라인과 플랫폼은 누가 언제부터 다루기 시작했는가. 김영삼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출범 이후로 IT가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온라인이라는 용어가 전통적 오프라인 산업과 비교대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또한 이명박정부 시절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서 전문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게 됐다. 우리가 디지털화라고 통칭하지만 결국에는 인터넷 발전에 의한 온라인산업 활성화, 우리가 흔히 GAFA라고 부르는 슈퍼플랫폼들의 약진으로 플랫폼은 이 시대의 대세가 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글로벌 슈퍼플랫폼들이 모두 미국에 기반을 둔 사업자라는 사실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연구해서 발표한 컴퓨터 조사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온라인 산업으로 표현되는 데이터처리 서비스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를 이끌어냈다. 데이터프로세싱을 통한 정보서비스(Information Service, 우리나라의 부가통신에 해당)는 시장 진입장벽이 낮고 혁신성이 높은 경쟁적 시장으로 판단했고, 이런 정책결정은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현재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모두 미국에서 출발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온라인 산업에 대해서도 전문 규제기관인 FCC의 규제관할권을 인정한 것이다. 전문적 검토를 통해 수십년 이후의 시장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이다. 통신과 여기에서 발전한 ICT 분야의 전문 규제기관으로서 FCC의 역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인 것이다.
전문규제는 말 그대로 전문적 분야에서 특정한 규제기관이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적인 분야가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일반규제기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해당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반규제 접근방법과 전문규제 접근방법 중 어느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가진 양면시장, 빠른 기술발전, 타 산업과의 직간접적 갈등, 수직적 결합정도가 높은 플랫폼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전문규제 접근방법이 여전히 적절한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1970~1980년대에 수행했던 컴퓨터 조사활동에 근거한 정책 집행으로 현재 미국의 온라인 플랫폼들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듯이 우리도 전문규제기관에 의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을 기대해본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선임센터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