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경기조 감지한 北 ‘벼랑끝 전술’… 긴장감 커진 동북아
2021.03.25 18:25
수정 : 2021.03.25 18:25기사원문
특히 바이든 정부 출범 뒤 북미 간 첫 메시지가 양쪽의 대화 복원 노력보다는 미사일 도발 책임론을 둘러싼 극한 충돌 양상으로 전개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향후 정세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형 이스칸데르' 추정
북한은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이번 북한의 발사체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으로 러시아 미사일을 개량한 최장 사거리 600㎞의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지난해 3월 29일 강원도 원산에서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 이후 약 1년 만의 도발 재개로 불릴 전망이다.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 시점도 민감하게 부각되고 있다. 미중 관계가 틀어진 '알래스카 회담' 이후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도발을 벌였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지난 21일에도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대상이 아니다. 당시 미국도 '늘 있던 대로의 일'로 규정하고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라며 의미를 키우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발사체 분석 결과다.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드러날 경우 사거리와 무관하게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발사체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이동식 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확인될 경우에는 미국이 북한의 도발로 받아들일 우려도 있다. 한일을 포함한 동북아 주변 국가의 안보 위기론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美 강경책 예상 北 벼랑끝 전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신대북정책 검토 마지막 단계에서 강행됐다. 그런 점에서 향후 새 정부 대북정책 방향도 온건보다 강경 일변도로 굳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접촉 시도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다 '북한 인권문제' 지적과 '말레이시아 대북제재 위반 혐의 사업가 인도' 등을 이유로 미국을 향해 고강도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강경한 기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북미 간 '외교적인 지렛대'로 미사일 발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정은 당 총비서 역시 지난 1월 제8차 당 대회에서 미국을 '강대강, 선대선'으로 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다시금 '벼랑끝 전술'을 채택할 수 있다는 엄포로도 읽힌다고 예상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귀착되고 있음을 인지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선철회 가능성이 없자, 북한은 도발을 통한 '벼랑끝 외교'를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은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적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무력도발이 이어진다면 미국 역시 이에 대해 침묵하거나 부드럽게 받아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청와대의 위기관리 능력도 자연스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북한이 다가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한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점에서 앞으로 안보 위기는 증폭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다음 주 한미일 안보보좌관이 워싱턴DC에서 막판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